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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믿음

지나가지 않는 것은 없다

by 서영수

상황은 내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큰 차이가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이 없던 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대로다. 받아들이면 편한 거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만과 답답함만 쌓인다. 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있는 건 그 일을 대하는 나 자신뿐이다.


예전에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척 속상해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상태로 계속 지내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부터는 이제는 마음을 빨리 추스르려고 노력한다.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할 수 없다고, 그렇다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낫다. 물론 그렇게 마음먹는다고 해서 마음의 앙금이 한순간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를 붙들고 있는 것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너무 힘들면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냥 잠이나 자자고 마음먹었던 적도 있다. 이상하게도 밤새 고민하던 문제도 자고 일어나면 '뭐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마음의 짐이 조금 가벼워졌던 기억이 있다. 상황으로부터 나를 단절시켜 주는 것으로는 잠만큼 좋은 것도 없다. 아마도 자는 동안 머릿속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면서 감정이 누그러졌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처럼 한파가 몰아치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움츠러든다. 이런 때일수록 '이 추위 또한 곧 지나갈 것'이라고 믿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나가지 않는 것은 없다. 결국 모든 것은 지나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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