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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15. 2021

담담히 받아들이기

제임스 설터 <소설을 쓰고 싶다면>


미국 출신 작가 제임스 설터는 그의 책 <소설을 쓰고 싶다면>에서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때때로 잘 풀리는 날이 있습니다. 그러나 안 풀리는 날이 더 많아요. 나는 내가 쓴 글에 실망할 게 틀림없다는 생각을 담담히 받아들입니다."



살다 보면, 원하는 일보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가 더 많다. 하는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을 때도 있고. 그런 순간이 반복되다 보면 지치고 결국 자포자기에 빠지게 된다. 해결책도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피하면 피할수록 그런 일은 반복된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어젯밤부터 다시 흐리더니 아침에 일어났더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하루 종일 날씨는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 반복되고 있다. 기분도 별로라서 그런지 자꾸 애꿎은 날씨 탓만 하고 있다. 일하기도 싫고 뭐 그렇다. 노력한다고 될 일도 아니니, 그 생각만 하면 힘이 빠진다.


하긴 나만 그런 건 아니지. 모두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 유명한 작가가 그것도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 글이 안 써질 때가 있다니, 담담히 받아들이라는 제임스 설터의 조언을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그의 말대로 담담히 받아들이면 지나가겠지,라고 믿으며.


대부분의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없는 우리의 자세가 문제일 뿐. 자신의 노력보다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을 해결해 준다는 것, 처음에는 공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받아들이는 삶의 깨달음이다.



제임스 설터는 그의 책에서 다시 이렇게 말한다.


"삶의 가장 깊은 본능은 오래오래 지속되는 것, 어떤 가치 있는 것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에 열심히 관여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취하든 성취하지 못하든 관계없이... 아마 그래서 예술가들이 내 소설에 등장하는 것일 거예요."


가치 있는 무언가를 하게 되었다면, 성취는 그다음 문제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그는 글이 잘 써지든, 안 써지든, 담담히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던 것이 아닐까. 우리가 읽었던 그의 글은 그렇게 안 써지는 글들을 반복해서 고친 결과물이다.


"모든 건 꿈일 뿐, 글로 기록된 것만이 진짜일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언어가 모든 것을 실어 나르고, 언어에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언어에 많은 노력과 주의를 기울입니다."


"나는 처음 쓴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표현을 싫어해요. 글쓰기의 온전한 기쁨은 글을 다시 점검하여 어떻게든 좋게 만들어보는 기회에서 오는 거예요."



사람들은 내가 성취한 결과로 나를 기억하지만, 나는 그 과정 속에서 겪었던 일들로 나를 기억한다. 과정이 힘들면 힘든 만큼 기억은 뚜렷이 남는다. 나중에 추억하는 건 바로 그 기억들이다. 다시 어떤 일을 해도 견뎌낼 수 있는 건, 그 기억이 주는 힘이다.


"어떤 영속적인 순간들, 어떤 사람들, 어떤 날들을 제외하곤 기록되지 않은 모든 것들은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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