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ㅡ 삶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선

by 서영수

요즘 여러 일들로 마음이 분망하여 기대만큼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어떤 책은 읽다가 중단한 채 책상에 그대로 놓여 있다. 책을 읽을수록 쓸데없는 생각만 많아진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에게 독서는 언제나 탈출구였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다이도지 신스케의 반성>에서 말한 것처럼.


"그는 인생을 알기 위해 거리의 행인을 보지 않았다. 오히려 거리의 행인을 보기 위해 책 속의 인생을 알려고 했다. 그것은 어쩌면 인생을 알기 위한 우회로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 그들을 알기 위해 - 그들의 사랑과 증오와 허영심을 알기 위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책을, 특히 세기말 유럽이 낳은 소설과 희곡을. 그는 그 차가운 빛 속에서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인간 희극을 발견했다. 아니, 어쩌면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 자신의 영혼까지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잃을수록 내가 보는 세계는 그만큼 넓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할 또 하나의 세계를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시선을 얻는 것이다. 여성학자 정희진도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책 읽기는 삶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극, 상처, 고통을 해석할 힘을 주는, 말하기 치료와 비슷한 '읽기 치료'다. 행과 불행은 사실이라기보다 자기 해석에 좌우된다. 그리고 독서는 이 해석에 결정적으로 관여한다."




책 읽기에 몰입하면 고통이나 상처를 잠시 잊을 수 있다. 특히 책 속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다 보면 내가 겪는 고통조차 사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고, 그들의 결말 역시 비극적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우리 삶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모두 우리의 거울과 같은 인물들이다. 평범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오히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그렇게 힘든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책을 읽는다고 해서 고통이 당장 사라지거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 고통이 전부인 것처럼 심각하게 고민하다가도, 독서를 통해 그 고통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소설가가 작품 속 인물을 창조하듯, 나 역시 나 자신을 제3자의 시선으로 객관화시켜 보는 힘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더라도, 상황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바뀌면 삶에 대한 해석도 달라진다. 더 나아가 삶을 재해석하는 데까지 이르게 되기도 한다. 내가 겪고 있는 힘들고 어려운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살아가는 데 중요한 힘이 된다. 책은 그 의미를 찾는 데 중요한 수단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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