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열정도
마음의 갈등도
불확실한 것도,
의심도 심지어는 좌절도 없이
신을 믿는 사람은
신을 믿는 것이 아니다.
그는 다만 신에 관한 생각을 믿고 있을 뿐이다.
<미겔 데 우나무도 _ 신을 믿는다는 것>
믿음과 생각은 다른 것이다. 믿지 않지만 생각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믿음은 그 생각을 넘어서는 행위다. 사실 생각한다는 것은 이모저모 따져보는 거라고 할 수 있다. 믿으면 나에게 좋을까. 만약 믿지 않으면 혹시 나에게 어떤 불이익이 없을까. 깊이 생각한 끝에 믿기로 했다면, 그건 믿음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어도 진정한 믿음의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런 사람은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그 믿음을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과의 관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 특히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서 서로를 신뢰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러야 비로소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혹은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단점이나 약점 심지어 좋지 못한 점을 발견했다고 해서 흔들린다면, 그 사람은 상대를 생각하고 있었을 뿐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신이든 누군가든 어떤 대상을 믿고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버리지 않고는 그 단계에까지 이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대, 사랑과 믿음이 드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