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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13. 2023

근심 어린 사람이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

살면 살수록 인간의 삶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짙어진다. 뭔가 채우려고 하면 할수록 채워지지 않는 삶. 끊임없는 욕망, 그 욕망을 끊임없이 쫓아가지만 따라갈 수 없어 불만이 쌓이고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삶. 이때 필요한 것은 이 삶과 나의 실상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 시선, 삶의 본질을 정직하게 응시하고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마치 영원히 살 것 같지만 세월 앞에 무뎌지고 망가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그런 사람들이 유독 인생의 허무함을 더 느낄지 모른다. 나와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살아가야 할 삶의 실체를 정직하게 직시할 수 있었으면. 나를 과장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하지만 바람에 그칠 뿐 나에게는 여전히 요원한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가을이 그런 계절이다. 겉을 감싸고 있는 위선과 허물이 드러나는 시간. 도대체 무엇을 얻기 위해서 지난여름 그렇게 애쓰며 살았을까. 내가 구하는 것이 나에게 어떤 유익이 있었을까. 나 자신에게 묻지만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런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질문만이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이 되어 모든 생명이 움츠러들거나 사라지면 지금보다 실상이 더 드러나게 된다. 그 겨울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오는 것일 수도 있고, 삶의 절정기를 지나 맞이하게 되는 노년의 삶일 수도 있다.




세상과 자기 자신에게 근심 어린 사람이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 내가 해야 할 근심은 삶의 조건에 대한 근심이 아닌 삶의 본질, 방향에 대한 근심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에 골몰해 있는 나의 모습이라니…


다자이 오사무, 사카구치 안고와 함께 사회통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저작활동을 펼친 전후 무뢰파 작가 중의 한 명으로 스탕달의 영향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오다 사쿠노스케, 그의 책 <가을 달무리>에도 같은 말이 나온다. 그는 말한다.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은 근심 어린 사람이라고.  


"가을(秋)이란 글자 아래 마음(心)을 붙여 근심[수·愁]이라 읽은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용케 잘 생각해냈지 싶다. 정말로 근심 어린 사람은 계절 변화에 민감하다. 그중에서도 가을 기운이 불어오는 것을 남보다 더 절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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