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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24. 2023

나에게 음악이란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시기는 있기 마련이다. 일찍 겪느냐, 앞으로 겪어야 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아직도 그게 끝났는지 알지 못한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시작됐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 시기를 통과하는 내 마음과 자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지만, 바뀐 게 있다. 바로 상황을 대하는 내 마음가짐이다. 처음에는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있지?' 하는 의문과 반감으로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한다. 아니 그렇게 마음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었으니까. 불가피한 면도 있다.


주어진 매 순간순간을 삶의 하나의 과정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갖게 된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힘으로 한 것도 아니다. 내가 믿는 하나님이 세월과 상황을 통해 하신 일이다.




피하고 싶지만, 세월이 흐르면 우리는 늙을 수밖에 없다. 세월이 야속하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우리에게 하는 좋은 일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시간이 흘러야만 해결되는 문제가 있다는 거다.


시간은 우리에게 (나이 듦이란)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시간으로 인해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기도 한다. 한편 시간이 흘러야 확인되는 진실의 순간도 있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시기를 겪으면서 위안이 되었던 건 음악이었다. 어려서부터 팝송을 찾아서 들었으니 원래 음악을 좋아한 편이기도 했지만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일 때문에 바빠서 잘 듣지 못했다. 그러다가 여러 일을 겪으면서 뭔가 집중할 게 필요했다. 다시 음악을 들을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지만 천성이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라서 그런지 잘 맞지 않았다. 짧은 시간, 우울감을 떨쳐 버릴 수 있는 게 필요했고 그게 음악이었다.


그때 들었던 곡들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당시 내 마음이 느껴진다. 막막함, 도저히 뚫고 나갈 수 없는 벽 같은 상황들... 그렇게 그 시기, 음악은 나와 내 삶을 지탱해 준 한 축이고 친구였다.


나는 음악에 문외한이다. 좋은 오디오 세트를 장만해서 들어본 적도 없다. 그저 내 취향에 맞는, 내 상황에 맞는 곡들을 찾아서 들었을 뿐이다. 음악을 안다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다만 음악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링크한 O.A.R.의 <Shattered>도 그 시기에 알게 된 곡이다. 가사가 마음을 움직인 것인지, 아니면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듣는 순간부터 좋았던 곡이다. 특히 곡이 처음 시작될 때 흘러나오는 전자피아노와 기타 사운드의 조화는 무척 인상적이다.   


인간이 지닌 한계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그래서 요즘은 더  마음을 열고 내가 즐겨 듣지 않는 장르의 곡들도 들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추석 하면 가족들을 만나 같이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면서 가족 간의 정을 확인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마음이 어떨까. 정상적인 관계를 사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곡이 그 시절 나에게 그랬듯,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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