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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11. 2023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 도대체 어떻게?

우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로 고민하거나 지난 일을 후회할 때,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조언을  듣곤 한다. 굳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고대 격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과거에 얽매여 또는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면 그것만큼 후회스러운 일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이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거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혹시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를 당신에게도 지금 이 시간은 순간적이다. 정신 차리고 집중하지 않으면 과연 내가 지금을 사는 것인지 아니면 방금 지난 과거를 사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다자이 오사무가 어느 여학생의 일기를 참고해서 썼다는 소설 <여학생>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여학생다운 산뜻하고 재미있는 표현이다.


'지금'이라는 순간은 재미있다. 지금, 지금, 지금이라며 손가락을 까딱이는 중에도, 지금은 멀리 날아가 버리고 새로운 '지금'이 와있다. 육교 계단을 타박타박 오르면서, 이게 뭔가 싶었다.




지금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또 다른 지금을 보내야 하는 인간. 시공간의 제한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한계이다. 나도 다자이 오사무처럼 지금을 순식간에 보내면서 가끔은 이게 뭔가 싶을 때가 있었다.


한편, 지금을 잘 살라고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건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아마 그 말을 한 그 사람 자신도 잘 모를 거다. 좋은 말이긴 하지만 이 말에 익숙한 지금은 '나 보러 어쩌라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데?' 하는 마음부터 든다.


내 생각엔 이렇다.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성실하게 사는 방법은 지금 무엇을 하든, 옆에 누가 있든, 어떤 장소에 가든 간에 바로 거기에 몰입하는 것이다. 글을 쓴다면 오로지 글만 쓰는 거고, 옆에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한다면 그 사람과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거고, 멋진 장소에 가 있으면 그 장소를 음미하고 샅샅이 훑어보는 거다. 결국 지금 내가 존재하는 이 순간 뭘 하든 그것만 할 수 있다. 그러니 후회 없이 제대로 해야 한다.  


물론 제일 좋은 방법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푹 빠지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한 번에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듣거나,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고, 현실에선 그게 또 요구되기도 하지만, 과연 효율적이거나 제대로 그 일을 해낼지 의문이다.


바쁘게 살다 보면 한 번에도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불가피할 때도 있지만 가급적 한 가지만 하는 게 좋다. 그래서 나는 예전과 달리 걸을 때 음악을 듣지 않는다. 물론 음악을 듣기 위해 걷는 경우는 예외지만. 어제도 물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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