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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05. 2023

더위와의 싸움 자기와의 싸움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연일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밤에도 열기가 떨어지지 않아 잠을 푹 자기 어렵습니다. 잠들었다가 깨고 자려고 다시 눕고. 에어컨을 틀자니 춥고 끄자니 덥고. 선택의 순간, 잠결이라 그런지 몸도 좀처럼 말을 듣지 않습니다. 다음날 피곤한 건 당연합니다.


중요한 건 더위도 자기와의 싸움이라는 겁니다. 덥다 덥다 하면 더 덥고, 괜히 짜증만 심해집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말을 자주 하다 보면 부정적으로 되는 것처럼, 내가 내뱉는 말이 나를 지배하여 말한 대로 된다는 의미입니다. 아무리 더워도 굳이 덥다는 말을 자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조상들이 더운 여름, 한적한 곳을 찾아 조용히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스렸던 것도 다 그런 이유였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고요하고 차분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말을 줄이고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자신을 추스르다 보면 어느 순간 전보다 덥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더위가 사라진 게 아니라 더위를 대하는 내 자세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더위든 그 무엇이든 모든 것은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제가 졌던 것도 바로 이 싸움이었습니다.  




여름은 당연히 더워야 하고, 그게 자연의 섭리일진대, 사람들은 자꾸 덥다고 하면서 여름이 어서 가길 바라지만, 여름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곤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나는 내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을 뿐인데, 예전보다 더 더워진 것은 인간이 자연을 함부로 대한 탓인데, 나더러 어쩌라고?' 마치 여름이 이렇게 하소연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법, 따지고 보면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더워지는 건 계절 탓만이 아닙니다. 문제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습니다.   


여하튼 우리는 여름이 주는 더위를 잘 감내해야 합니다. 더위를 잘 이겨내야지만 추운 겨울도 잘 견딜 수 있습니다. 받아들이고 인내하는 것, 더위를 통해 배워야 할 삶의 지혜입니다. 무엇보다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벽 6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이 들었는데 더위에 뒤척이다 깨보니 새벽 4시. 덥다고 짜증 낼 게 아니라 이제부터 두 시간 더 잘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행복한 거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바로 내 곁에 있습니다.


일본 영화 <일일시호일, 2019>에서 다도(茶道) 선생인 다케타(배우 키키 키린)는 다도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비 오는 날에는 빗소리를 듣는다. 눈 오는 날에는 눈을 바라본다. 여름에는 찌는 더위를, 겨울에는 살을 에는 추위를 느낀다. 어떤 날이든 그날을 마음껏 즐긴다. 다도란 그런 '삶의 방식'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살아내는 것, 더위도 우리 삶의 일부이자 내 삶의 방식 안에 있습니다. 더운 것도 참을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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