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믿음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by 서영수

"땀으로 씻어낸 다음에 남는 것,

땀으로는 씻어낼 수 없는 것,

그런 것들이야말로 쓸 가치 있는 주제입니다."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まるやまけんじ)가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에서 미래의 후배 작가들에게 전한 조언이다. 80세가 넘은 그는, 문단과 교류를 철저히 단절한 채 시골에 은둔하며 오직 글쓰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겐지의 말은 문학의 완성을 목표로 평생 한 길을 걸어온 그의 치열한 삶을 대변하고 있어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사는 것의 진정하고도 깊은 맛은 자신이 확신을 갖고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 있다."


이미 이룬 것에 만족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칭찬에 도취되기보다는, 아직 이루지 못한 것,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며 겸손해야 한다. 치열한 사유와 고민이 쌓이고 쌓여 피땀 어린 결과로 나타나는 법이다. 따라서 결과를 서둘러 구하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할 치열함과 성실한 태도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면 주어진 삶에 만족할 수 있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탁하다며 절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언제나 세상을 바꾸는 것은, 바로 단 한 사람, 깨어 있는 정신을 가진 바로 당신이라는 점이다. 마루야마 겐지의 말은 작가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그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적용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세상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우리는 절망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적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세상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오직 우리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되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정도 기개로 임하기 바랍니다.'


나에게 땀으로도 씻어낼 수 없는 치열함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땀으로 씻어낸 후에도 남는 것이나 땀으로는 씻어낼 수 없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던가?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전에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의 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말을 새해의 다짐으로 삼기로 했다.


"현재 문학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당신은 절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당신을 이해해 주는 독자가 너무 적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문학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오직 당신 같은 소설가의 노력에 달렸습니다. 당신이 문학을 되살리는 겁니다. 그 정도 기개로 임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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