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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악

당연하지 않은 마음

by 서영수

아침부터 잔뜩 흐린 하늘, 어제는 비가 내리는 일요일이었다.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날씨, 변덕스러운 봄 날씨의 전형이다. 어쩌면 이게 봄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차가운 공기를 밀어내고 대지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고 싶지만, 쉽사리 물러갈 겨울이 아니다. 봄은 그렇게 머뭇머뭇 다가온다.


그래서 그런지 봄은 어떻게든 변덕을 부려서라도 겨울을 쫓아내고 시간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려고 노력한다. 계절이 바뀐다고 봄이 '당연히' 오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 뒤에는 부지불식간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연의 애씀이 있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내가 가진 것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과 사람들이 '당연히' 거기에 있는 거라고 여겼던 때 말이다. 하지만 살아보니 당연한 것은 없었다. 건강도, 돈도, 지위도 심지어 가족들마저도. 모든 것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었는데, 나는 이를 당연한 듯 받아들이며 무심하게 살아왔다.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모른다.


봄도 마찬가지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면, 이 봄을 누릴 수 있는 내가 특별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아버지는 더 이상 2025년의 봄을 맞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봄을 누릴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에게 생명이 언제까지 허락될지 알 수 없으니, 지금 누리는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해진다. 어제 들었던 안희수의 <당연하지 않은 마음>이라는 이 곡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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