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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악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by 서영수

"인생의 모든 순간은 딱 한 번 우리에게 다가왔다가 영영 멀어진다. 지나간 순간은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나를 아프게 하지만, 또 나를 일깨우기도 한다."


소설가 김연수의 에세이 <말하려다 그만두고>에 나오는 글이다.

지나간 순간들은 마치 잡으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나를 늘 아프게 했다. 그때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그 사람의 손을 더 강하게 붙잡았어야 했는데, 그때 용기를 내어 한 걸음만 더 나아갔어야 했는데...


결국 가슴 깊이 새겨진 깨달음은 지금 이 순간마저도 언젠가는 추억이 되어 멀어져 간다는 사실뿐이다. 하지만 그 씁쓸한 사실은 나를 변화시키지 못했고, 나는 나 자신을 일깨울 수 없었다. 그래서 늘 같은 일을 반복했고, 비슷한 상황 때문에 괴로워했다.


다시 세상을 덮는 봄의 손길을 느끼며 삼청동과 북촌을 걸었다. 완연한 봄빛에 취한 사람들의 표정에도 때이른 꽃이 피었다. 북촌으로 향하던 길목에 잠시 들른 포스톤즈 삼청점.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아직 겨울을 지나고 있는 언 내 마음을 녹이고 싶었다.


그리고 귓가를 스치던 곽진언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원곡은 유재하>의 가사처럼, 어쩌면 나도 내 안에 숨겨둔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싶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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