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려면
살아보니, 행복하지 않을 때가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염세주의자 비슷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런지도 모르고. 세상을 그다지 밝게 보는 편은 아니니까.
왜 행복한 순간은 기억에 별로 남지 않는 것일까. 아마 좋았던 순간보다 고통스러운 순간이 뇌리에 더 각인되기 때문인 것 같다. 일상의 대부분이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고 특별히 기억할 만한 일들이 별로 일어나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고. 생각해보면 그게 행복인데, 인상적이지 않으니 그냥 흘려보내고 만다.
좋았던 순간은 그렇게 '순간'으로 지나가는 반면, 나쁜 상황은 두고두고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상황'으로 남는다.
며칠 전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잠깐 사무실 근처를 걸었다. 오가는 사람들이 약간 준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얼마 전까지 코엑스 입구에 들어갈 때 QR코드를 찍어야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 그게 좀 편리해졌다고나 할까.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즐거워 보인다. 동료와 친구와 연인과 대화를 하는 모습이 모두 밝아 보이고, 그렇게 심각한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 저 사람들이 실제로 모두 행복할까, 순간 들었던 의문이다. 보이는 것과 실제는 다르니, 어쩌면 그렇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인스타그램에 좋았던 순간만 올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보이는 상황이 그 사람이 실제 사는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행복은 떠들고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라 평소 내 마음에 담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또 얼마나 큰 도전인가.
행복한지 여부는 마음 상태에 달린 것이지 삶의 조건의 문제는 아니다. 내 마음이 행복하다고 느끼면 상황이 별로 안 좋아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상황을 부드럽고 여유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 얼마나 ~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수 있느냐, 즉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문제는 이런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마음을 그렇게 먹기가 어렵다면 의도적으로라도, 자기 최면을 걸어서라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힘들어도 자꾸 행복하다고, 감사하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
변함없는 사실은 세상 일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오직 바꿀 수 있는 건 내 마음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류시화 시인의 이 말이 도움이 될지도.
"인도 여행 중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Are you happy?>라는 말이다. 그래서 인도를 여행할 때 가장 먼저 배워야 할 문장이 <아즈 함 바후트 쿠스헤>이다. '오늘 난 무척 행복하다'는 뜻인 이 문장은 어떤 힘을 갖고 있었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꾸만 반복해서 말하니 정말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줄리아 마이클스(Julia Michaels)는 가창력이 인상적인 미국 출신 싱어송라이터이다. 그녀의 곡 <Little did I Know>를 듣고 잠시나마 행복해지기를!! 이 곡을 듣는 지금 이 시간도 '그 순간'이다.
폴란드 시인 Eugenio de Adrande의 시를 읽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Il est urgent d’inventer la joie… il est urgent de trouver des roses, des rivières et des matins clairs. 기쁜 순간을 만드는 데 시간을 지체하지 말라고. 한 송이 장미 그리고 맑고 찬란한 아침, 아름다운 강을 보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