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코는 삶의 보람을 느꼈다.
그날부터 10월 10일 꺼림직한 가을 축제날의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에쓰코는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살았다.
에쓰코는 결코 구원을 바라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도 삶의 보람이 생기다니 참 희한한 일이었다. 인생이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또 그만큼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기란, 다소라도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에게는 곤란한 일이다. 다름 아닌 그 곤란함이 에스코가 느끼는 행복의 근원이며, 세상에서 말하는 '삶의 보람'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세상 사람들이 '보람'이라고 하는 것, ㅡ 즉 우리는 삶의 의미를 모색하고, 아직 그것을 찾지 못한 동안에도 어쨌든 살고 있으며, 찾아낸 삶의 의미를 소급함으로써 삶의 이 이중성을 통일시키려는 욕망이 우리 삶의 실체라고 한다면, 삶의 보람이란 끊임없이 발현하는 이 통일의 환각, 아직은 소급할 수 없는 생의 의미를 시험 삼아 소급해 보는 데서 생기는 삶의 통일이라는 환각이겠지만 ㅡ 그런 의미의 '보람'은 에쓰코에게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이었다.
<미시마 유키오 ㅡ 사랑의 갈증, 116 - 117p>
<SISO Wave ㅡ No C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