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편한 대화

by 서영수

공개된 장소인 카페나 식당에서 대화를 하거나 또는 지하철 안에서 통화를 하다 보면, 시끄러운 음악이나 주변 소음 때문에 목소리가 높아질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상대의 말이 잘 들리지 않거나, 상대가 내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면 목소리가 더 높아진다.


문제는 그 순간, 상대로부터 "목소리를 좀 낮추라"는 핀잔을 듣게 될 때다. 대화에 몰두하다 보면 내 목소리가 큰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지적을 받으면 당황스럽고, 때로는 기분이 상하기까지 한다. 누군가의 실수를 지적할 때는 말투나 태도가 중요하다. 정면으로 지적하기보다, 가급적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도록 부드럽게 에둘러 말하거나 센스 있는 표정으로 상대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깨닫게 하는 것이 세련된 매너다.



비슷한 일은 화제(話題)를 두고도 일어난다. 상대가 꺼낸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말일 때, "꼭 그런 이야기해야 해. 딴 얘기 해'라며 직설적으로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말 가까운 사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대충 넘어가겠지만,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듣는 이는 무척 민망해진다. 자기 딴에는 상대와 관련된 주제라고 배려해서 꺼낸 말인데, 그런 반응이 나오면 괜히 실수한 것 같아 이후엔 입을 열기가 조심스러워진다.


그러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까?' 하는 심정에 속칭 자기 검열까지 하게 된다. 점점 말수가 줄며 대화는 더 짧아지고, 그저 묻는 말에만 답하거나 침묵이 흘러 함께 있는 공간마저 어색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관계는 오래가기 어렵다. 결국 모두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탓이다. 어쩌면 상대를 무시하는 마음이 드러난 것일 수도 있고. 그런 상황을 몇 번 겪고 나면 '굳이 이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게 마련이다.



돌아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지적을 하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 모든 일이나 사람들의 반응은 나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살피고, 내 자세나 태도부터 먼저 고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어쩌면 목소리를 높인 건 나였고, 상대가 생뚱맞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꺼낸 나의 실수일 수도 있으니, 그저 상대가 배려심이 없다거나 예의 없다고 탓할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사정을 고려한다고 해도, 부족한 인간인지라 마음이 상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텅 빈자리, 다시 피는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