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가슴 한쪽이 텅 빈 듯한 기분 속에서 지냈다. 세월이 무상해서인지, 알 수 없는 허전함 때문인지, 그 이유는 분명하지 않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상실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소중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내 곁을 떠나고, 아끼던 물건들 역시 제 수명을 다하면 조용히 사라진다. 때로는 내가 놓아주기고 하고,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만 한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존재일수록, 그 자리는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어머니를 뵈었다. 여러 일로 인해 몇 주째 찾아뵙지 못했던 터라, 마음 한구석이 내내 무거웠다. 어머니는 지금 사는 아파트가 좋다고 하셨다. 낡고 오래되었지만, 나무가 많아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아마 그곳에서 오랜 세월을 살았던 익숙함 때문일 것이다. 집도 그러한데, 하물며 한평생을 함께한 사람이라면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클까.
좋을 때는 더없이 좋다가도, 싫을 때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만큼 멀어지는 관계. 애증이 섞인 관계는 늘 그런 모양새다. 처음엔 안 보니 속이 시원할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빈자리가 점점 크게 다가온다.
어머니 말을 조용히 듣다 보니, 그 말투와 어조가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말끝에 머무는 여운 속에서, 마음을 다 드러내지 못한 쓸쓸함이 전해졌다. 그 쓸쓸함은 어머니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지 못했던, 미욱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5월의 초록은 바람에 나부끼며 생명의 기운을 한껏 내뿜고 있었다. 작년 이맘때 보았던 나뭇잎과 꽃처럼. 하지만 그때 보았던 나뭇잎과 꽃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거리 곳곳에 핀 나무와 꽃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해마다 같은 듯 피어나지만, 실은 한 번도 같은 적이 없었던 그 생명들이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