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단상

공평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by 서영수

재운, 재물복이 따로 있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있다. 과연 그럴까? 그런 말을 들으면 늘 마음 한편이 찜찜해진다. 누구는 부잣집에서 태어나고, 또 누구는 어려운 형편의 가정에서 태어나 시작부터 가난과 싸워야 하는 현실을 보면서 '삶은 과연 공평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공부도 그렇다. 머리는 좋은데 공부할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부모가 물심양면으로 모든 것을 지원해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부모의 지능이나 환경이 자녀에게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누구도 스스로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살아가야 할 인생의 조건 또한 각자 다르다. 물론 노력으로 현실을 극복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기회 자체가 오지 않는 경우가 있고, 설령 와도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면 그냥 스쳐 보내고 말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나는 오래도록 '삶은 공평하지 않다'는 믿음을 버리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크게 변함이 없지만.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기에는 인생은 길고, 때로는 너무 버겁다. '저항하면 너만 다쳐!'라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때로 주어진 환경과 운명을 거슬러서라도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운명과 의지, 이 둘 사이에서 인간은 고민하고 싸우다,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을 정리하게 된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그때 꼭 그렇게까지 버텨야 했을까?' 그러나 돌아보면, 그때는 그때대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오직 지금만을 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거나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면서 현재를 소홀히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현실로 돌아오면 그렇게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또 하나,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삶에 충실해야겠다는 다짐도 자주 잊는다. 내가 복이 없어서도,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님을 스스로에게 자주 말해주어야겠다. 삶은 저마다 다른 무게를 지녔다. 그 무게를 탓하지 말고, 지금 내 앞에 놓인 하루를 묵묵히 살아내는 것. 그게 결국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삶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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