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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12. 2022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에는

조지 쉬언/ 달리기와 존재하기

미국의 심장전문의 알레한드로 융거(Alejandro Junger) 교수가 쓴 <Clean>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긴장은 해석하고, 판단하고, 평가하고, 예상하는 무의식적인 사고 과정에서 발생한다.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에는 침착하게 자신의 몸이나 호흡에 집중해 보면 그 상황의 에너지는 대개 더 나은 쪽으로 이동한다."


언제나 지나친 생각이 문제였다. 때로는 '생각'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의 '느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아침 일찍 병원을 다녀온 후 일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앞당겨 염려하고, 이미 지나가버린 일을 여전히 붙잡고 있는,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답답했다.


융거 박사의 조언대로 조용히 눈을 감고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했다. 이 순간의 호흡에 집중해 봤다. 한결 나아졌다. 상황은 그대로인데, 마음이 조금 달라진 것이다.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생각해 보면,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잡념은 뭔가에 집중함으로써 떨쳐버릴 수 있다. 컴퓨터로 타이핑을 치는 것보다는 직접 손으로 뭘 쓰면 더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다. 한 번 해보시라. 집중하기 위해선 움직여야 하고, 그 움직임은 클수록 좋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어제는 평소와 달리 밤에 조금 달렸다.

예전에는 조깅을 주로 했는데, 의사의 조언에 따라 걷는 걸로 바꿨다. 둘 다 장점이 있다. 어제는 걷다가 달리다가를 반복했다. 숨은 찼지만, 몸은 한결 가벼워졌다. 무라카미 하루키, 김연수 등 유명한 소설가들이 글을 쓰다 지치면 달리기를 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물론 나는 하루키도, 김연수 작가도 아니지만.


살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피할 길이 없으니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잘 관리할지만 우리에게 남은 셈이다. 나는 지난날 그걸 잘못해서 지금까지도 후유증이 남아 있다. 집중하되, 지나치지 않게 하는 것, 그게 그 시절을 겪고 내가 내린 결론이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김연수 작가가 번역한 <달리기와 존재하기, Running & Being> 이 책 역시 미국의 심장병 전문의이자 작가 조지 쉬언(George Sheehan)이 쓴 책이다. (그나저나 미국 의사들은 글도 잘 쓴다. 참 부럽다)


달리기를 해서 무슨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달리고 있는 지금 나 자신이 중요하다는 거다. 다음은 조지 쉬언 박사가 하는 충고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우울할 때, 나는 삶이란 하나의 경기라는 것, 하지만 사람이 제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오직 신만이 그 결과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경기의 내용이 아니라 달리는 사람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늘 그렇듯 적은 내 안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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