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믿음

부끄러움을 잃지 않기 위하여

by 서영수

눈발이 흩날리는 어느 아침이었다. 도로는 평소보다 더 소란스러웠다. 확성기 소리와 낯선 가사로 바뀐 노랫말이 어색하게 귓가를 맴돌았다. 한때 익숙했을 멜로디도 상황이 달라지면 이렇게 불편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씁쓸했다.


어쩌면 그 어색함은 노랫소리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젊은 시절은 지나갔고, 무엇 하나 분명하게 붙잡지 못한 채 이도 저도 아닌 시간을 건너고 있다는 느낌. 마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처럼, 내 삶 역시 저 노랫소리만큼이나 어딘가 맞지 않는 듯했다.


그날 아침 읽었던 에스겔서 7장에는 평강을 구해도 얻지 못하고, 환난에 환난이 더해지며, 지혜와 책략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죄악이 쌓인 시대를 향한 선언이었다. 그 말씀이 꼭 과거의 이스라엘에게만 해당되는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나를 겨누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그 경고는 시대를 향한 말이면서 동시에 나를 향한 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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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꿈이라는 게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마음을 잡아끄는 절실함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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