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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02. 2022

한줄기 햇살에도 행복을 느끼고

7월의 첫날인 어제, 비가 그치고 나니 파란 하늘이 열렸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시치미를 떼는 모습이 마치 우리 인생을 닮은 듯하다. 그래도 저 하늘만큼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나온 시간들이 저렇게 선명할 수는 없을 테니. 그나저나 벌써 7월, 2022년도 반이 지나갔다.

한정원 작가는 <시와 산책>에서 이렇게 썼다. "노래는 긍정적인 사람에게 깃드는 것이라기보다는, 필요하여 자꾸 불러들이는 사람에게 스며드는 것이다. 가지지 못한 것이 많고 훼손되기만 했다고 여겨지는 생에서도 노래를 부르기로 '선택하면' 그 가슴에는 노래가 산다. 매 순간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행복을 목표로 삼는 방향이 아니라 앞에 펼쳐진 모든 가능성 중에 가장 선한 길을 가리키는 화살표를."


행복은 지금 내 영혼의 상태가 아니라 스스로 방향을 결정하는 선택이라는 것, 그 방향 또한 선한 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이익이 생겨도 그 길이 선한 길이 아니라면 궁극적으로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이 내가 ‘가진’ 것이 아닌 ‘가져야 하는’ 영혼의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토록 자주 절망하는 것이다.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행복과 불행이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피동적으로 얻어지거나 잃는 것이라고 규정한다면 우리는 그 얽매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차라리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을 ‘선택하면’ 조금 더 기분이 나아질지도 모른다.


오랜 투병 끝에 생의 진실을 깨달은 일본 작가 가시라기 히로키는 이렇게 말했다. "병에 걸리면 행복의 기준이 매우 낮아진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픈 곳이 하나도 없다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행복감에 젖어든다. 햇살에도 행복을 느끼고, 나무가 흔들리기만 해도 감동하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푹 빠져든다." 아파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깨달음이다.


지금 나한테 주어진 것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그것마저도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그렇게라도 내 생각을 고쳐가다 보면 힘든 순간도 와도 잘 이겨낼 수 있다.


장마가 지나간 자리에 무더위가 찾아왔다. 밤에도 더워서 몇 번이나 깼던 것 같다. 이 더위를 겪고 나면 여름도 훌쩍 지나가 있을 거다. 그때는 이 여름이 무더웠지만 좋았다고 할지도. 생각해 보니, 늘 한 박자 뒤늦은 깨달음이 아쉬웠다. 좋았던 순간은 지나간 후에야 그때 좋았다고 깨달으니 이런 어리석음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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