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Jun 18. 2021

아름다운 침묵의 시간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시 꺼냈다. 1권을 읽고 2권째 읽다가 도저히 힘들어 포기했었다. 오늘부터 진도와 관계없이 문장 한 구절 한 구절을 음미하면서 읽을 생각이다. 하루에 한 문장만을 읽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의식세계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200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존 쿳시는 말한다.


"스스로 사물을 보는 기술, 자기 머리로 이미지를 떠올리는 기술이 바로 독서 아닙니까? 그리고 독서의 아름다움은 이야기 속으로, 다른 모든 소리들을 배제하고 내 안에서 울려 퍼지는 저자의 음성 속으로 뛰어들 때 우리를 둘러싸는 침묵이 아닌가요?"


미려한 문장을 만났을 때, 저자의 치열한 사유의 결정체에 조금이라도 접근하게 될 때, 그때의 침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저자와 1:1로 만나는 순간이다. 침묵 속에서 많은 대화가 오고 간다. 하여, 존 쿳시의 표현은 정확하다. 내 안에서 울려 퍼지는 저자의 음성 그리고 나를 둘러싼 침묵...


프루스트가 평생에 걸쳐 쓴 책을(그는 책을 낸 후에도 수도 없이 고쳤다고 한다) 내 얄팍한 지성으로 한 번에 이해하기를 바라는 건 교만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한없이 부족한 사람임을 깨닫곤 한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매일 6분씩만 시간을 내 책을 읽어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중요한 건 시간이나, 책의 양이 아니라 얼마나 매일 꾸준히 읽느냐이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나와 다른 세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세상사로 무뎌지고 완고해진 나 자신을 무너뜨릴 수 있다. 아니, 무너뜨려야 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리다면 언젠가는 이해할 때가 온다. 하지만 무언가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은 아주 슬픈 일이다." 


<에쿠니 가오리,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매거진의 이전글 오해와 이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