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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05. 2022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사는 것

점심시간에 코엑스를 걷곤 한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더 늘어난 것 같다. 요즘같이 사람이 많을 때는 코엑스 내에서도 조용한 곳을 찾아다닌다. 더운데 사람까지 많으면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개발한 또 다른 곳, 코엑스보다 좀 더 시원하고 비교적 사람이 덜 붐비는 곳,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다. 소위 명품 매장이 있는 층은 특히 한적하다.


어제 일부러 그곳을 찾은 건 아니다. 일행들과 백화점 식품관에서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기 귀찮아서 층을 내려와 걷다 보니 오늘은 여기가 낫겠다 싶었다. 음악을 들으며 매장을 걸었다.


백화점을 걷는다고 매장을 유심히 보진 않는 편이다. 어차피 뭘 사려고 간 것이 아니니 눈에 들어오면 보고 일부러 뭘 찾아서 보지는 않았다. 눈에 비치는 것을 슬쩍 보기만 해도 요즘 뭐가 유행하는지 대충 알 것 같다.


공직에 있을 때는 주로 정장을 입었고 사복을 입을 일이 거의 없었다. 마치 교복같이 경직된 복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뭘 입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나름 편리한 면도 있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 검사나 수사관들 모두 비슷한 복장이었으니 옷 때문에 신경 쓸 일은 아예 없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지금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더 이상 정장을 입지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옷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 그냥 저런 옷을 요즘 입고 다니나 보네 이 정도다. 백화점을 돌아다녀도 특별히 뭘 살 마음은 딱히 들지 않는다. 일단 깨끗하고 다른 곳보다 시원해서 걷는 것일 뿐. 어제도 다르지 않았다.

오늘 들었던 곡 중에 좋았던 곡이 Leah Sykes의 <Do That To Me> 이 곡은 애플 뮤직이나 유튜브에는 소개되어 있는데 멜론 등 우리나라 음악 플랫폼에선 찾을 수 없었다. 애플 뮤직에서 소개하는 음악 중에는 그런 곡들이 종종 있다. 아무래도 전 세계 곡들을 소개하다 보니 많은 음원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최근에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해서 광고 없이 유튜브 뮤직(YouTube Music)을 이용하고 있다. 광고가 없으니 이렇게 쾌적할 수가, (사실 나는 유튜브로 뮤직비디오 정도를 볼뿐, 다른 건 보지 않는다) 진작 가입할 걸 그랬다. 가입할 때 다만 애플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등 앱스토어를 통해 가입하면 수수료 때문에 요금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점, 그러니 일반 사이트를 통해 가입하길 권한다. 몇 천 원 차이가 나니까.


음악을 들으며 걷는 사이 여름이 내 곁을 지나가고 있었다. 여름을 충실히 살아내는 건, 더위와 맞서는 것이 아니라 더위와 함께 하는 것이다. 이렇게 더울 때는 자칫 무력감에 빠지기 쉬우니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려고 더 노력해야 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이 글처럼 그 노력이 전 생애의 노력이었으면, 하루하루가 짧다고 가볍게 여기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사는 것, 나는 요즘 그것 하나만 명심하고 있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내일만 믿고 당장의 자리를 얼렁뚱땅 넘기는 일도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하루하루 만이 무척 소중해졌습니다. 지금 나에게는 하루하루의 노력이 전 생애의 노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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