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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10. 2022

중요한 건 다시 하는 거야

지난 8월 마지막 날, 원래 글을 쓸 생각이 없었는데 8월의 마지막 날이다 보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뭔가 매듭을 짓는 게 필요했다. 헝클어졌던 지난 몇 개월의 내 삶을 돌아볼 필요도 있었고. 이제 그만 산다면 모를까, 앞으로 계속 살아야 한다면 삶의 순간순간 뭔가 정리해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벌써 1 중에 8개월이 지났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1년으로 따지면 4개월 정도가 남은 셈이다. 세월이 빠르다고  수밖에 없다. 지난 시간을 생각해 보니 딱히 뭔가를   같지 않다. 나는 그대로인데 시간만 흘렀으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뉴스에는 거기서 거기인 소식들로 가득 차 있다.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관심사는 비슷하고, 원하는 것을 얻는 사람들보다는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현실. 주변 사람들은 코로나19, 오미크론에 감염되어 자가 격리 중이고. 실망과 아쉬움으로 가득 찬 우리 인생, 삶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나도 마찬가지고.


사는 게 다 그런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넘길 수도 있다. 정말 사는 게 그런 걸까? 비슷비슷한 날들, 매일 만나는 똑같은 사람들, 틀에 박힌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시간과 상황에 매몰되어 '나'를 잊어버리고 만다. 세상에는 나라는 사람이 단 한 사람밖에 없는데도, 비슷비슷한 생활과 관심사 속에서 비슷한 사람들이 만들어지고 마는 거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가 이미 우리에게 도래했는지도 모른다.


해가 바뀌면 뭔가 새로운 결심도 하고 그러는데 달이 바뀌어도 그러려니 한다. 그렇게 흘려보낸 날들이 얼마나 많은지. 세월에 무디어지면 그게 나이가 든 거라는데 정말 그런지도 모르겠다.

쓰다 보니 글이 다소 냉소적으로 흘렀고, 글도 길어졌다. 그동안 별로 아는 것도 없으면서 주저리주저리 긴 글을 쓴 것 같아 후회가 많았다. 그런데도 또 길어지고 있으니 역시 나는 안돼,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음으로는 늘 삶을 긍정하고, 매사에 감사하고, 그렇게 좋게 생각하면서 살려고 했다. 그런데 마음먹은 대로 잘되지 않는다.


어젯밤에 걷다 보니 공기에 향긋한 냄새가 묻어났다. , 무슨 냄새지?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보이는  어둠 속에 우두커니  있는 나무들뿐. 자세히 살펴보니 잎이 무성한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였던 거다. 나무들에게도 푸르름을 자랑하기에 좋은 시절이었다. 그동안 별 관심 없이 대충 보고 살았던 것이 후회스러워졌다.


'미안해, 나무야. 그래도 나한테는 너밖에 없는데 내가 그동안 너를 자세히 봐주지 않았구나. 앞으로는  그럴게. 올해 남은 기간도 아름다운  많이 피우고 비바람에도 굴하지 말고 꿋꿋이 너답게,  모습 그대로 살아가렴. 그럼 나도 힘들  너를 보고  견딜  있을 거야.' 나는 어느덧 속으로 나무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무더웠던 날씨도 한결 선선해졌다. 자연은 정말  치의 오차도 없이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 어떻게 하면 세월을 아끼며 후회 없이   있을까, 8월을 보내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서랍 속에 저장해 놓았던 이 글을 끄집어낸 이유기도 하다. 9월이 되었다고 후회 없는 인생을   같지 않지만. 혹시 전경린 작가의  글이 도움이 될지도.


“우린 무언가를 할 때마다 실패도 하고 상처도 입고 후회도 하지. 마음이 무너지기도 해.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하는 거야. 그럴 때 난 쉬운 일만 해. 쉬운 일도 규칙적으로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힘이 생겨. 걱정 마. 곧 그렇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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