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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Sep 13. 2022

그녀는 괴로워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제인 오스틴 / 오만과 편견

사람들은 흔히 사는 건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돈도 잘 안 벌리고, 하는 일도 뜻한 대로 잘 풀리지 않으면 그런 푸념이 나올 수 있다. 말한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그렇게라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릴지 모르니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 갑자기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녀의 쿨한 성품이 부러웠다. 


‘그렇지만 그녀는 괴로움을 곱씹으며 더욱더 괴로워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자기 의무는 다했다고 마음을 편히 먹었으니, 피치 못할 재난을 두고 안달하거나 불안으로 그것을 증폭시키는 것은 그녀의 성품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어떻게 생각하든, 내 할 일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 엘리자베스. 참 매력적이다. 그녀의 이런 성품에 반해 다아시는 그녀와 사랑에 빠졌고 결국 서로의 ‘오만과 편견’을 극복하고 결혼에 이르렀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다. 바꿀 수 있는 건 오로지 내 생각뿐. 그러니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매여서 나를 옥죌 건 아니다.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나에게 훌훌 털어버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제 9월이 되었으니 지난 기억은 다 털어버리리라 다시 마음먹는다. 한때는 지난 기억을 추억으로 간직하며 살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딱히 그러고 싶지 않다. 엘리자베스처럼 살려면 잊어버려야 한다. 기억을 곱씹다 보면 그 기억이 내 발목을 잡아 '지금'을 살지 못하게 한다. 당연히 앞으로도 나갈 수 없고.


오늘은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나타샤가 아닌, 내가 할 수 없는 일에는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엘리자베스를 닮고 싶어졌다. 소설에서도 나타샤보다는 엘리자베스가 훨씬 건강하고 아름답고 묘사하고 있다. 언젠가 읽었던 권혁란 작가의 이 말도 다를 바 없다. 


"이제 내가 원하는 사랑이란, 나 자신과의 조화로운 화해이자 용서이고 균형이다. 심지를 바로 세우고 싶다는 것! 흔들릴 때 흔들리더라도 뿌리를 두고 자유롭고 부드럽게 흔들리고 싶은 것! 그게 내가 원하는 진정한 사랑의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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