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치마 / 1:05
같은 곡이라도 낮에 듣는 것과 밤에 듣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오감이 살아서 움직이는 낮에는 비교적 경쾌한 곡을 듣게 되지만, 밤에 그런 곡을 들으면 조금은 부담스럽다. 밤에 어울리는 차분한 분위기까지 더해지면 낮에 들었던 음악들과는 다른 음악을 듣게 된다. 안 그러면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그대로 밤을 지새우기 쉽다.
어제 낮에 이 곡을 들었을 때 오랜만에 들으니 좋네, 이 정도였다. 그러다 밤에 이 곡을 다시 들으니 낮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낮에는 멜로디가 귀에 들어왔다면 밤에는 가사가 가슴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밤은 우리에게 그런 것이다. 지나간 추억이 슬금슬금 떠올라 밤잠을 설치게 하는, 그러니 음악도 골라서 잘 들어야 한다. 안 그러면 아까 말한 것과 같은 이유로 밤을 지새워야 할지도 모르니까.
그 곡이 바로 '검정치마'의 <한시 오분(1:05)>이다. 제목도 특이하고, 뮤지션의 이름도 독특하다. 오래전 이 곡을 듣고 좋아서, 누가 불렀나 찾아보니 검정치마라고 해서 가수가 여자인 줄로만 알았다. 밴드명과 달리 검정치마는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미국계 출신의 남성 인디 록밴드다.
미국 뉴욕에서 3인으로 밴드를 구성해서 활동한 것이 시작이었다. 밴드의 주축인 리드 싱어는 조휴일이다. 그의 이름도 재미있는데, 휴일, 즉 일요일에 태어나서 '휴일'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아무튼 몇 안 되는 내가 좋아하는 우리나라 밴드 중 하나다.
이 밴드가 부른 곡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Everything>은 말할 것도 없고, 오늘 소개하는 '한시 오분(1:05)'도 좋다. 어떤 사람들은 Everything이 좋다고 하지만 나는 '한시 오분'에 더 끌렸다. 이 두 곡 모두가 2017년 나온 3집 앨범 <Team Baby>에 수록되어 있다. 앨범이나 뮤직비디오의 결혼식 사진은 조휴일의 부모님 결혼식 사진이다. 앨범 사진도 재미있다. 나라면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나 이 앨범과 관련된 그의 말은 진지하다. 그는 말한다. "이 앨범에서는 사랑, 그리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어지는 그리움을 노래했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당신과, 그런 당신의 편에 서있는 사람을 위한 앨범이다."
우린 아직 흑백영화처럼 사랑하고
언제라도 쉽고 빠르게 표현하고
맘에 없는 말은 절대 고민하지 않고
뭔가 아쉬울 땐, 밤 지새우고
남들이 아니라는 것도 상관없지
우린 같은 템포, 다른 노래인 거야
아직 더 서투르고 솔직해야 하지만
반복에 기계처럼 계산하고 준비된 사람들
하지만
자기야 나는 너를 매일
다른 이유로 더 사랑했었고
이젠 한시 오분 멈춰있는
시계처럼 너 하나만 봐
네가 없는 날은 어떻게든
흘러가기만 기다려
투명해진 날 누가 볼 수 있을까
<검정치마 _ 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