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kin Park / Iridescent
이제 고인이 된 체스터 베닝턴이 리드보컬로 활동한 Linkin Park의 <Iridescent>를 듣게 된 건 벌써 오래전 일이다. 그때는 체스터 베닝턴이 누군지, 린킨 파크가 어떤 뮤지션인지 알지도 못했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느꼈던 감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젠 오래되어서 흐릿하지만 뮤직비디오도 남달랐다.
비디오 속 인물들은 뭔가 시도하려고 하지만 잘 안된다. 자꾸 실패한다. 그래도 계속한다. 마치 실패하는 건 별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그걸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실패하고 그래도 다시 시도하고 또 실패하고. 실패하면 대개 포기하고 말지만 그들은 그 과정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부러웠다.
나는 지난날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실패와 성공은 노력도 필요하지만 운이나 우연에 좌우되는 요소도 있다고 애써 자위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질없는 자기 연민에 불과했지만, 그렇게라도 스스로를 위로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었다.
실패해도 계속 시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만, 실패하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실패하면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차라리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넌 실패했어. 인정해야 해. 이제 그다음은 어떻게 할까? 다른 걸 해 보면 어때?' 지나고 보니 성공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순간을 어떻게 견디고 극복하느냐,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느냐가 훨씬 더 중요했다.
다이슨Dyson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말한다. "아무것도 안 되는 순간을 맞닥뜨릴 때가 있어요. 대부분 포기할 시점입니다. 그 지점에서 정말 열심히 하면 뭔가가 일어날 겁니다. 내일은 나으리라는 희망, 매일 조금씩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믿음을 놓치지 않으려 했습니다."
포기할 시점에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한다니, 그래서 Dyson이 성공한 것일까. 실패를 통해 인생의 불순물이 제거되고 순전한 것만 남았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성공한 것이다. 그는 그 실패의 경험을 밑바탕 삼아 남들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혁신을 이루어냈다.
무엇이 성공일까? 남들이 인정하는 성공이 중요한가. 아니면 충실히 살았던 과정의 삶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인가. 남들은 실패했다고 말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것 자체를 성공이라고 말해도 되는 것이 아닌지, 나는 여러 번 생각했다.
남들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평가한다고 성공한 것도 아니다. 밖에서 보는 거랑 내가 느끼는 거는 차이가 있고, 성공했다고 평가해도 내가 힘들고 만족하지 못하면 꼭 성공한 '인생'이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공을 결과로 판단하다 보니 과정에서 겪어야 할 것들은 무시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성공의 기쁨 또한 오래가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을 통해 내 실상을 발견하고 성숙해져 간다면, 과정이 길수록 나는 과거의 나보다 훨씬 더 나답게 살 수 있다.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건 바로 그거다. 좋아하는 곡을 소개하려다 말이 길어졌다. 어쨌든 나는 이 곡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