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긴 어게인>
영화 <비긴 어게인, 2013>을 본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말밖에. 왜 이 영화를 봤는지 오랜 시간이 흘러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영화를 잘 모르면 나오는 배우들이나 감독이 누구인지 살펴보는 내 성향을 감안하면, 아마 키이라 나이틀리(그레타 역)와 마크 러팔로(댄 역)가 나온다고 해서 믿고 봤던 거 같다. 거기다가 감독이 존 카니이고, Maroon 5의 리드 싱어 애덤 리바인도 나오니,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애덤 리바인이 부른 <Lost Stars>보다 오늘 소개하는 키이라 나이틀리가 부른 이 곡을 더 좋아한다. 원래 영화에선 그녀가 이 곡을 작사, 작곡한 것으로 나오니까 엄밀히 말하면 이 곡은 그녀의 곡이다. 음악적인 완성도나 기교면에서는 애덤 리바인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녀 역시 배우치고는 제법 노래를 잘하는 편이다.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그레타와 댄이 Y잭으로 연결된 2개의 이어폰으로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함께 듣는 장면이다. 음악을 공유하는 것은 어쩌면 서로의 영혼을 공유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상처가 있는 두 사람은 그 순간 음악으로 통했을지도. 댄은 말한다.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그게 바로 음악이야."
나도 평소에 비슷한 생각을 했던 차라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영화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연히 나와 음악적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곡을 그 사람도 좋아하고. 더 나아가 내가 어느 순간 듣고 있는 곡을 그 사람도 그 순간 듣고 있다면. 그런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한다면 아마 싸우더라도 함께 들었던 음악을 들으며 곧 화해하지 않았을까.
가정과 직장 모두 파탄이 나버린 남자 댄, 연인에게 상처받고 무명 생활을 견디고 있는 그레타, 그들이 의기투합해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한다는 영화는 냉정한 현실에 절망한 사람들에게 뭔가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준다. 영화와 음악 역시 우리에게 각박한 현실 외에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이 영화처럼.
영화 <원스, 2007>의 감독으로 유명한 존 카니는 그동안 영화에서 탁월한 음악적인 감각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OST는 지금 들어도 좋다.
오늘은 키이라 나이틀리의 곡만 소개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애덤 리바인의 곡을 같이 듣지 않으면 섭섭할지 모르니 그 곡도 함께 소개한다. 나는 마룬 5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가 부른 솔로 곡들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취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