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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21. 2022

10월은 지나가고 있는데

girl in red / October Passed Me By

점심에 직장이 있는 삼성동 코엑스 근처를 걸었다. 며칠 쌀쌀하더니 오늘은 그렇게 춥지 않았다. 나는 점심에 혼자 산책을 하게 되면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평소 듣는 애플 뮤직의 얼터너티브 팝 리스트에 노르웨이의 싱어송라이터 '걸 인 레드(girl in red)'의 곡이 흘러나왔다. 왠지 느낌이 좋아서 확인해 보니 10월 13일 발매된 싱글 <October Passed Me By>이었다.

아마 지금이 10월이고 가을이라서 곡명을 이렇게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불과 일주일 전에 나온 따끈한 신곡, 귀에 쏙 들어온다. 감각적이다. 무엇보다 신선하고 생기가 넘쳐 나는 곡이다. 듣는 김에 girl in red의 다른 곡들도 들었다. 역시 마리 울벤(Marie Ulven)이다.


10월이 나를 지나쳐가고 있다는 뜻의 이 곡은 내가 겪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그럴 때가 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음악들 중에 순간적으로 딱 꽂히는 곡,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공기는 선선하고, 사람들은 모두 밝아 보였다. 나도 이 흐름과 분위기에 편승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돌고 돌아 요즘 핫하다는 속칭 '응 커피'로 불리는 '% ARABICA'에 이르렀다. 론칭이 까다롭기로 알려진 이 커피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오다니... 역시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로 길게 늘어선 줄, 오늘도 그냥 사람 구경이나 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몇 년 전 일본 교토에 갔다가 오래 기다려서 이 커피를 마신 적이 있는데, (어떤 맛이었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기서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하고 말았다. 아마 올해 말쯤 되어야 나한테도 기회가 올 것 같다. 그래도 오늘은 좋은 곡을 들었으니 그걸로 만족!!


가을이 정말 깊어가고 있었다. 자인 발로크는 말했다. "인생은 가을 같다. 짧으면서도 형형색색이다." 이제 벌써 10월도 하순, 가을도 절정이다. 아름다운 계절, 쓸쓸하면서도 때로 처연한 비장미마저 느껴진다. 잎들이 생명을 다하고 떨어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삶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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