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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28. 2022

사랑을 잘 못해서

박소은 / 재활용

이 글을 쓰는 오늘이 벌써 2022년 10월의 끝자락, 1년으로 따지면 한 해도 2달 정도 남고 다 지나간 셈이다. 지나간 시간은 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잊고 싶었지만 그립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어젯밤에는 박소은의 '재활용'이라는 앨범의 첫 번째 곡인 <아니어도 돼>를 들었다. 다소 몽환적인 보컬, 처음 듣는 순간부터 익숙한 풍이다.

"지금 그댈 떠올려. 공기 속에 퍼진 그대 숨을 떠올려. 슬픈 위를 덧댄 위로들을 떠올려. 그대의 연인 가족 그런 게 아니어도 돼. 그대 나를 소모해. 지루하게 쌓인 그대 짐을 치울게. 그대 나를 사용해. 널브러져 있던 그대 잠을 채울게. 말주변이 없어서 짧은 글을 적었네. 그림을 잘 못 그려서 사진을 찍었네. 사랑을 잘 못해서 나는 그냥 웃었네."


아마 그녀 또한 누군가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고 싶었고 그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이 노래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말주변이 없어서 짧은 글을 적다가 이 노래를 만들었는지도. 그림을 잘 못 그려서 사진을 찍고만 것처럼.


사랑은 그 사람을 위해 나를 소모하는 것이다. 시간을 쓰고, 돈을 쓰고, 무엇보다 마음을 쓰는 것이다. 나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나는 과연 그런 사랑을 했을까. 그녀는 사랑을 잘 못해서 그냥 웃었다고 하지만, 나는 사랑을 잘 못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사랑하는 행위는

실패할 줄 알면서도 자신을 던져보는 일.

그리하여 결국 실패에 닿게 된다.

바로 그 점에서 어떤 사랑이든

사랑은 매우 윤리적인 행위이다.



사랑을 경험함으로써

우리는 인간 존재와 삶의 한계를 함께 깨친다.

바로 그 점에서 사랑은

존재와 삶, 우주에 대한 간접경험이다.


<은희경 _ 생각의 일요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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