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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29. 2022

잠 못 이루는 밤

같은 순간

다른 기억


사람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간직하고 산다.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다르게 기억했던 순간들


그 시절을

나는 어떤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을까.

인디밴드 '10CM/십센치'와 이수현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 이 곡을 듣다 보니 깊은 밤이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하치의 마지막 연인>에서 어느 한여름 날, 그날이 최고의 날이었다고, 앞으로 찾아올 미래의 행복한 어느 날 역시 그날의 변주에 지나지 않을 거라고, 첫사랑은 그렇게 강렬했다고 썼다. 사랑은 대단한 거였다.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날도 최고의 날로 만들었으니까. 한여름의 무더위도 한방에 날려버렸으니까.


'우연'이 쌓이면 필연이 되기도 한다는데, 그 '우연'을 기다리다가 생이 끝나면 어떻게 되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그 '우연'을 찾아 나서면 그건 우연이 아닌 게 되고. 마냥 기다린다고 '우연'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막막해졌다.


그 사람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듣고 마치 자기 일처럼 눈물을 흘렸던 영화 속 주인공이 기억났다. 누군가의 힘든 지난 시절이 마치 내 아픔처럼 느껴진다면, 어쩌면 그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 사랑은 아픔에 대한 연민으로부터도 시작되는 거니까. 그 연민만이 부족한 우리의 사랑을 오래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된다고 나는 믿었고 지금도 믿고 있다.


가을밤이 지나가고 있다. 붙잡을 수도 없는 밤이었다.




"저, 뜻하지 않게 하치가 찾아온 여름날, 그날은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앞으로 찾아올 어느 미래의 행복한 날은 그저 그날의 변주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첫 경험은 언제든 격렬하게 빛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그리고 가장 평범한 것이다. 확신할 수 있다.


할머니처럼 쭈글쭈글한 주름투성이가 되어 죽을 때, 나는 분명 이렇게 생각하리라. 최고의 날에 대해. '그, 한여름날, 그날이 역시 그랬다.' 그 모든 것, 바람과 빛의 여운, 1초도 놓칠 수 없었던 정교하고 아름다운 과정. 신은 있다고 얼마나 생각했던가. 기적은 있다고 얼마나 생각했던가. 숨을 죽이고, 얼마나 그것을 기다렸던가.


단 한순간이라도 자기 자신과 농밀한 사랑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삶에 대한 증오는 사라진다. 고마워요, 하치! 그렇게 소중한 것을 가르쳐 준 일, 평생 잊지 않을게요. 설사 사이가 나빠져서 말조차 걸지 않게 되더라도, 서로를 미워하게 되더라도, 그 일에 대한 감사는 지우지 않을게요. 열다섯 살 나는 굳게 결심하였다."


<요시모토 바나나 _ 하치의 마지막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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