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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01. 2022

세월의 또 다른 무늬로 아름답게 남기를

10월의 마지막 날인 어제, 속절없고 무력했다. 안타까운 순간들, 잡고 싶지만 결코 잡히지 않는 것이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을 닮았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든,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이든, 인간의 시간은 다시 앞으로 되돌릴 수 없다. 한 시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졌던 무언가가 세월이 흐르면 의미를 잃고 만다. 이 두 가지가 세월의 특징이다. 


오늘은 그런 인간의 삶과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떠오른 양귀자 작가의 <원미동 사람들>의 문장.


“하는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의 안타까움만 빼고 나면 

생채기는 머지않아 

세월의 또 다른 무늬로 자리잡을 것이었다.”



우리에게 남은 상처들. 혹시 아는가? 세월이 좀 더 흘러 지금의 상처가 삶의 무늬로 남아 우리를 빛나게 할지도.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렸겠지만. 부디 세월의 또 다른 무늬로 아름답게 남기를!!

Christopher Isherwood, A Single Man, 1964 / Ruth Orkin

처마 앞 감국의 옮겨 심는 때를 놓쳐 

중양절이 되어도 국화의 꽃술을 딸 수가 없네

내일,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고 나면

나머지 꽃들이 만발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


簷前甘菊花移時晩 靑蘂重陽不堪摘

明日蕭條盡醉醒 殘花爛漫開何益



<두보杜甫 _ 歎庭前甘菊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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