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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04. 2022

단풍빛처럼 화사하게

어젯밤부터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다. 가을이 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겨울인가 하는 생각에 문득 쓸쓸해졌다. 연이어 벌어지는 전대미문의 사건들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잊고 말았다. 뒤돌아보면 마치 지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것 같다. 중심을 잘 잡고 있지 않으면 흐름에 휩쓸려가고 만다.


푸른 잎들이 단풍으로 치장하는 가을, 인간이 만든 것들은 시간이 흐르면 낡아지는 반면 자연은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버림으로써 얻는 것, 인간인 우리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자연은 그렇게 늘 새로워진다. 


무성함과 푸르름을 자랑했던 나무들이 하나둘씩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단풍빛처럼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변 환경 속으로 아름답게 물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푸른 잎이 단풍이 되어 떨어지는 것은 소멸의 의지와 삶의 의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징표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잎을 떨구는 것은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한 나무의 자기희생이다. 그들은 그렇게 버림으로써 다시 생명을 얻는다. 


비움으로서 자신을 살리는 자연의 지혜 앞에서 계절의 변화를 더 이상 자연 현상으로만 치부할 수 없었다. 가을은 여전히 한 자리에 매어 있는 나에게 시선을 좀 더 넓게 가지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Autumn ready by Rachel Grant

당신, 지나간 시절들은 아름다웠는지요. 

꿈과 그리움의 시간들이 단풍빛처럼 

화사하게 물들었는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진실한 마음으로 

오래오래 포옹할 수 있었는지요. 

내 앞에 내 옆에 내 뒤에 무수히 서 있는 

허물 많고 그리움 많은 당신, 

힘내세요!


<곽재구 _ 포구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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