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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27. 2021

고통을 견디기

마크 맨슨/신경 끄기의 기술

늦은 밤 산책을 하면서 보니 오늘 밤엔 달이 무척 아름답다. 사는 건 팍팍해도 이렇게 위안을 삼을 대상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을 보고도 이러는데 하물며 사랑하는 이가 옆에 있으면 더할 나위 없었겠다. 물론 그러면 달은 보이지도 않았겠지만.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데 백팩을 메고 걸어가는 중년의 남자가 보인다. 뭐가 들었는지 백팩이 아래로 쳐져 있다. 가는 길이 힘겹기만 하다. 그 옆으로 젊은 남녀가 지나가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마냥 즐거워 보인다. 


혼자 가는 길, 누군가와 함께 가는 길 그리고 짐을 지고 있는 사람과 아무것도 지고 있지 않은 사람, 늙음과 젊음이 대비되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미국 칼럼니스트 마크 맨슨(Mark Manson)은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한다. 


"무엇을 위해 투쟁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당신이라는 존재를 규정한다. 체육관에서의 투쟁을 즐기는 사람은 철인 3종 경기를 뛰고, 집채만 한 바벨도 들어 올릴 수 있다. 야근과 사내정치를 즐기는 워커홀릭은 초고속 승진을 한다. 배고픈 예술가 생활에 따라오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즐기는 사람은 결국 예술가로 성공할 확률이 높다.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이다. 당신은 뭔가를 선택해야 한다. 고통 없이 살 수는 없다. 꽃길만 걸을 수도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덧셈의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성공해서 명예를 얻고, 부를 축적하고, 폭 넓은 인간관계를 구축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내 삶이 풍요로워지기를 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뺄셈의 인생,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서 무언가를 덜어내고 버린다는 것은 쉽게 와닿지도 않고, 원하지 않는 일이다. 


무언가를 얻으면 잃는 것이 있다. 갖기만 할 수 없다. 만족이란 없다. 원하는 것은 얻기 어렵고, 얻었다 한들 잃는 것이 있기 때문에 마냥 기쁘지만 않다.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기도 해야 하지만, 거기에 더해 잃어야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면 그 고통은 헤아릴 수 없다. 그렇다고 괴로워만 할 것인가.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고통은 변수가 아니라 살아가는 데 반드시 겪어내야 할 상수라고 생각해야 한다. 고통을 어떻게 견딜 수 있는가는 삶의 질, 행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고통을 피할 수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맞서야 하고, 더 나아가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삶의 의미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 의미는 내가 찾는 것이다.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까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는 그 사람이 무사히 집에 들어가서 편히 쉬기를, 쉬고 나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내일 그 짐이 좀 가벼워져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고통이 주는 가장 큰 결실은 무엇을 성취했는가가 아니다. 그 시련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John Rus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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