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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11. 2022

설레지 않으면 버려야

곤도 마리에 / 정리의 힘

우리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주중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여기에 바친다. 그럼 주말은? 지난 한 주 동안의 내 생활을 돌아보고,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버려야 할 것은 없는지를 궁구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주중보다 덜 부지런하고, 다소 게으른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건 다 그런 이유일 것이다. 덜어내기도 해야지, 더하기만 해선 곤란하다. 그게 건강한 삶을 사는 비결이기도 하고. 


옷을 잘 사지 않는 편이지만, 어쩌다 사게 되면 집에 있는 옷 중에 잘 안 입는 옷은 버리려고 한다. 어차피 안 입는 옷은 가지고 있어 봤자 짐만 될 뿐, 실제로도 그랬다. 필요하다고 샀지만 대개는 몇 번 입지도 않고 옷장에 그대로 처박아둔 옷도 여러 벌이다. 버리려니 거의 새 옷이라 아깝고, 그대로 두자니 다시 입을 것 같지도 않았다. 갈등의 순간, 과감하게 버려서 집을 단순하고 가볍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삼았던 정리의 기준은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인 곤도 마리에의 조언,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검사 시절, 서울과 지방을 오가면서 짐을 줄이기 위해 가지고 있는 것들을 하나둘씩 버리기 시작했다. 안 그러면 짐을 옮길 때 너무 힘들었다. 특히 책이 문제였다. 책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이사를 해 보면 안다. 책의 무게는 삶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웠다. 하여 책도 너무 많으면 짐이다. 막상 버리려고 하니 다 읽은 책도 아깝지 않은 책이 없었다. 마치 내 분신 같고, 그래도 어쩌랴? 할 수 없다고 체념하고, 과감하게 후배 검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버리지 않으면 도저히 공간이 나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정리가 필요한 데 정리를 하지 못하고 미련을 가지면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감정들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나만 힘들어진다. 생각나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가급적 버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마음이 ‘마음먹은’ 대로 쉽게 정리가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산책을 하는 이유는 심신의 쇠락으로부터,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불필요한 감정이나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걷다 보면 힘이 빠지면서 복잡하고 모순투성이인 세상일이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경험하곤 했다. 심각하게 '생각'했던 일도 '그거 별거 아니야,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있어’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다. 생각의 방향이 바뀐 것이다. 걷는 것이 어떤 목적이 되면 피곤해지기 때문에 가급적 ‘목적 없이’ 걸으려고 한다. 그것도 뭔가를 덜어내기 위한 내 리추얼ritual 중에 하나이다. 


한동안 쌀쌀하더니 요 며칠 비교적 온화했다. 덕분에 미세먼지는 기승을 부리고, 춥지 않으면 미세먼지 때문에 힘들고, 추우면 추워서 힘들고 이맘때 날씨가 그렇다. 사무실 창으로 혼탁한 하늘을 보면서 갑갑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컨디션도 썩 좋지 않다. 그래도 곧 주말, 이번 주말에는 뭘 버릴까? 아니, 뭘 버려야 할까? 무엇보다 나 자신부터 버려야 하지 않을까?

결국 버리지 못하는 원인은 두 가지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만일 물건을 구분할 때 설레지 않지만 버릴 수 없다면 다음과 같이 한번 생각해보자. ‘버리지 못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집착 때문일까, 아니면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일까.’ 


버리지 못하는 물건 하나하나에 대해 어느 쪽이 원인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과거 집착형’인지 ‘미래 불안형’인지, 아니면 ‘양쪽 모두’에 해당되는지 파악하고 물건을 소유하는 경향에 대해 알 수 있다.”


<곤도 마리에 _ 정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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