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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14. 2022

불행하진 않지만

나의 해방일지 / Anna of the North

불행하진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다. 이대로 끝나도 상관없다. 다 무덤으로 가는 길인데 뭐 그렇게 신나고 좋을까. 어쩔 땐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사람들보다 망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정직한 사람들이 아닐까… 그래요.“


<나의 해방일지>의 염미정의 독백. 나도 한때는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검사라는 직업 특성상, 돈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래서 삶 자체가 자신의 이익이라는 오직 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나도 저 입장이 되면 저럴까?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다. 그때보다 나이가 든 지금, 내 주변을 보면 그때 그렇게 살았던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삶이 살아가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살아내야 할 목표가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뭐든 목표로 삼는 순간 피곤해진다.


꼭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씁쓸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여 염미정의 말은 이런 현실에 지쳐 있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신곡을 들었다. 그중에 내가 평소 좋아하는 노르웨이 출신 싱어송라이터 ‘Anna of the North’의 신곡 <I Do You>도 있었다. 맑은 목소리, 경쾌한 리듬. 다소 무거웠던 기분을 한결 가볍게 해주는 곡이다.


노래를 들으면서도 자꾸 염미정의 말이 떠오른다. 그녀의 고백을 내 식으로 해석하면 ’딱히 아쉬운 건 없지만 만족스럽지도 않다.‘ 요즘 내가 그렇다. 나는 염미정의 그 이후의 말을 다시 기억해야 했다.


”어디에 갇힌 건지 모르겠지만 뚫고 나가고 싶어요. 진짜로 행복해서 진짜로 좋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아, 이게 인생이지. 이게 사는 거지.’ 그런 말을 해보고 싶어요.“ 그녀의 소망이 내 소망이, 아니 우리 모두의 소망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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