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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12. 2022

쓰린 밤이 내 삶이 조금만 더 달달했으면

이태원 클라쓰 / 박새로이와 조이서의 사랑

조이서가 등장하는 결정적인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이태원 클라쓰>의 대표 OST '손디아Sondia'의 <우리의 밤> 손디아는 보컬 트레이닝 강사로 시작해서 가수가 된 아티스트, 주로 드라마의 OST를 불렀다.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로 시작되는 곡, 거기에 분위기를 입힌 건 손디아의 호소력 짙은 보컬과 드라마에서 보여준 조이서의 인상 깊은 캐릭터 덕분이다. 굳이 다른 악기는 필요 없다. 중후반에 등장하는 폭발적인 기타 리프는 이 곡의 백미, 마치 조이서의 열정적인 사랑을 닮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자신의 길을 갔던 조이서, 누구는 무모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랑의 특성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사랑은 원래 무모하다. 


짝사랑이 되었든, 그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무모한 것, 그게 사랑이다. 이 사랑의 본질을 뒤늦게 깨달아서,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사랑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매일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 하루. 어떤 작은 의미 하나 찾을 수 없던 내게 상처 입은 가슴으로 길을 밝혀 준 그대. 숨이 벅차도록 달려야 해. 이제야 삶의 이유를 알 것 같아. 모두 어딘가를 향해 각자의 꿈을 안고 정신없이 뛰어가지만, 세상은 내게 너무 멀리 있기만 하고, 언제나 이곳에 혼자인 나, 한 번이라도 나의 밤이 따뜻했으면.

마지막 가사는 박새로이가 조이서에게 했던 말이다. 조이서가 가게 이름(단밤)도 문제라면서 “촌스럽잖아. 이태원에 어울리지도 않고. 왜 그렇게 지었대?”라는 질문에 그는 말한다.


“내 인생은 좀 써. 너무 씁쓸해. 밤엔 잠도 잘 안 와. 그립고 외롭고 화가 나서. 별 이유 없어. 그냥 조금만 더, 쓰린 밤이 내 삶이 달달했으면 했어.”


조이서는 술에 취해 그 자리에서 뻗어버린 박새로이에게 입맞춤을 하며 혼잣말을 한다. ‘추하게 뻗은 밤톨머리 남자, 잘 생겨 보인다. 곤란하다. 쓸쓸하다는 이 남자의 밤이 달달했으면 좋겠다. 이 남자의 삶을 달달하게 해주고 싶다. 나의 이 마음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바보 같은 짓거리, 이 충동이 억제가 되지 않아. 좋아한다.’


중간에 어려움과 시련이 있었지만, 나는 조이서와 그녀가 사랑하는 박새로이가 잘되기를 바랐다. 나도 한때는 그의 고백처럼 내 밤이 씁쓸했으니까. 박새로이의 말처럼 '조이서'가 없는 '단밤'은 생각할 수 없으니까. '조이서가 없는' 박새로이도 생각할 수 없으니까. 그게 바로 <우리의 밤>이었고 그들의 밤이었으니까.




우리의 자기 중심성을 바꿀 수 있는 기본 경험 세 가지가 있다.

고통을 겪는 일,

삶에서 자신의 의지보다 더 큰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는 일,

그리고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다.


<제임스 홀리스 _ 사랑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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