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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28. 2022

시 선

환경이 변한다고, 상황이 바뀐다고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같은 상황이 일어나면 또 무너진다. 원하지 않는 상황을 벗어나는 길은 그 상황을 품어버리는 것,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생각과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이렇게 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어려움은 삶의 불가피한 한 과정인데도 피하고 싶었다. 회피하고 외면했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어려운 순간을 피하면 그런 상황이 다시 또 반복되고, 나는 여전히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끝도 없이 반복되는 일상, 정말 싫었다.


이제야 깨닫게 된 건, 그동안 내 자세와 관점이 그대로였다는 것,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 뿐이라는 것, 고난과 어려움은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겨낸다는 말도 어폐가 있다. 인생에서 승부수를 띄어야 할 건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써 변명하지 말고, 자기 합리화와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지만 지나치면 곤란하다. 연민의 대상을 주변 사람들로 넓혀 가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내 잣대로 판단하거나 정죄하지 말고 나도 그 입장이 되면 그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자기 성찰의 시선을 가져야 했었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 자칫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기 쉽다.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지켜야 할 건 마음이고, 바꿔야 할 건 내 비뚤어진 신념과 완고한 자세다. 마음이 무너지면 답이 없다. 류시화 시인도 앨버트 엘리스의 글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는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우리의 비합리적 신념'이 고통의 진짜 원인이라고 말한다. '이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내가 불안하고 우울하며 적대감과 자기 연민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 일에 대해 내가 이렇게 해석하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반드시 이러해야 한다'는 나의 비현실적인 신념 때문에 더욱 고통받게 된다고 앨버트 엘리스는 지적한다. 현실 문제에 감정 문제까지 더해지는 것이다. 사건보다는 우리가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의 신념 체계가 우리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주말 밤, 경복궁을 걸으며 찍은 사진. 다른 곳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이곳은 고즈넉했다. 가을도 이제 거의 막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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