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Nov 30. 2022

여전히 한 달이나 남았다

마누엘 푸익 / 거미여인의 키스

11월의 마지막 날, 2022년도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낙관론자들은 '한 달이나 남았네.'라고, 비관론자들은 나처럼 '한 달밖에 남지 않았네.'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나는 비관론자 같다. 여기 올린 내 글을 읽은 구독자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그걸 이제 알았나. 뭘 새삼스럽게..."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하지만 뭔가 잘못된 선택을 하면 그때부터 시간이 천천히 간다. 아마 잘못된 선택에 따른 후회와 불편한 마음 때문에 시간이 더디 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시간을 붙잡기 위해 일부러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없고. 오묘한 시간의 속성에 갈팡질팡하는 게 인간인지도.


나는 지난 시간, 바른 선택을 했을까?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고 느끼는 것으로 봐서 제대로 된 선택을 했든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니어서 별다른 기억이 없든지 둘 중 하나다. 아무래도 후자 같다. 비관론자에 딱히 기억할 만한 추억도 없으니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이때는 위로를 주는 문장을 만나야 한다. 그래서 기억난 글이 마누엘 푸익(1932 - 1990)의 소설 <거미여인의 키스>에 나오는 대사.


"네가 무엇이 되고 싶든 그것 때문에 지금의 네가 열등한 존재라고 느끼지 말았으면 좋겠어."


되고 싶은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차이가 있더라도 그것에 얽매여 위축되기보단 지금 이 모습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라는 뜻이다. 사실 그렇게라도 마음을 추스르지 않으면 나만 힘드니, 푸익의 글로 나 자신을 위로할 수밖에. 


혹시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도 주어진 상황과 자신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2022년도 여전히 한 달이나 남았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시 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