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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10. 2022

서로를 추앙하는 수밖에

나의 해방일지 / 헨(Hen) - 푹

“다 지나간 일이야. 이젠 어쩔 수 없어. “ 살다 보면 자주 하는 말이다. 말속에 깊은 후회와 회한이 담겨 있는 그래서 마음이 불편하다가 어떤 때는 슬프기까지 한 체념이다.


지나간 일이니 잊는 일만 남은 것일까? 아마도 그래야 할 것 같다. 다 지나간 일이니까. 이젠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으니까. 요즘 자꾸 이 말을 속으로 되뇌고 있는 것은 살아보니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남은 미련을 털어버리려고 그러는 것일 수도 있고.


어젯밤에는 <나의 해방일지>의 ost '헨(Hen)'의 <푹>을 다시 들었다.

염미정(배우 김지원)은 구 씨(배우 손석구)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술만 마셔요?” “안 그러면 뭐하는데?” 구 씨가 마지못해 한 대답이었다. 이에 대한 그녀의 반문 "술 말고 할 일을 줘요? 나를 추앙해요!!"


추앙? 생소한 단어. 그도 사전을 찾아보고 알게 되었다. 그녀를 ‘높이 받들어 우러러보라'는 뜻임을. 낯설어야 비로소 돌아보는 것이 그였고 우리였다.


상처를 안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 틀어박혀 술만 마시는 그도 이해가 가고, 이런저런 관계에 지쳐 있는데 사내동호회 가입까지 강요받자 모든 관계가 노동이라는 염미정의 자조 섞인 탄식 “못하겠어요. 힘들어요.”도 이해가 되고. 그러다 보니 나를 스쳐 갔던 지난 모든 일들도 이제는 이해가 되었다. 하여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돌보고 서로 추앙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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