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음악

운명이 다할 때까지

위수 / 누군가의 빛나던

by 서영수

사랑은 시간의 어릿광대가 아니기에...

사랑은 짧은 세월에 변하지 않고

운명이 다할 때까지 견디는 것

만일 이것이 틀렸다면, 그렇게 밝혀졌다면

나는 글을 쓰지 않고,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을 것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16에 나오는 글. 인간이 변하니, 인간이 하는 사랑도 변할 수밖에 없다. 셰익스피어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사랑이 변하지 않고, 운명이 다할 때까지 견디는 것이라고 했을까.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 들었던 의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할 것 같다. 사랑이 변하지 않기를, 영원하기를 그도 기원했으리라.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테니. 그런 씁쓸한 현실을 보면서 반어법으로 그 바램이 틀렸다면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을 거라고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나도 그런 마음이었다. 사랑은 '그 순간'의 충실한 감정이었음을. 그 이상을 바란다면 무모한 욕심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렇게 생각한다고,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까지 지울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괴롭다. 이런 마음이.


한편 어떤 사랑은 시간을 초월하기도 한다. 시간의 어릿광대가 아니라는 것은 그런 뜻일 게다. 진정한 사랑은 시간의 농락 앞에 저항한다. 그런 희귀한 사랑 앞에 우리는 할 말을 잊는다. 그래서 그런 걸까. 나는 여전히 영화 속에서, 소설 속에서 그런 사랑을 찾고 있다. 물론 그건 현실이 아닌 소설 속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은 그런 사랑을 하려고 노력한 적이라도 있냐고. 그런 사랑을 만나면 그게 어느 시공간이든, 부끄럽고 한편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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