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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20. 2022

진정한 위로

신약성경, 요한복음에는 주님으로, 구세주로 섬겼던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자 실의에 빠진 제자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절망 속에서 살아가던 시몬 베드로와 도마와 나다니엘 등은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는 말씀을 잊어버리고 생업이었던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 그 현장에 부활한 예수가 나타났다.


예수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있는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잡으리라."고 하면서 물고기를 잡는 지점을 가르쳐주고, 제자들은 그 지시에 따라 그물을 던져 셀 수 없이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된다.


예수는 지금 잡은 생선을 좀 가져오라고 한 후, 조반을 차리고 떡을 가져다가 제자들에게 주고 생선도 그와 같이 주어 그들이 요기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나는 그동안 이 부분을 읽고 제자들이 물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 건 그렇다 쳐도 부활한 예수가 제자들에게 식사를 차려 주었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물며 이런 사소한 이야기가 성경에 기록되었다니? 오히려 예수가 ‘나는 다시 살아났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하면서 큰 기적을 행하거나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제자들을 책망하리라고 예상했었다. 물론 지극히 인간적인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괴롭거나 절망스러운 상황에 있을 때 거기에서 벗어나는 길은 비록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일상의 삶에 집중하는 거라는 것을. 예수는 알았던 것이다. 섣부른 위로나 훈계보다는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그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회복이었음을. 진정한 위로는 바로 그것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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