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국시대 한 사무라이의 이야기이다. 평소 깨달음에 목말라하던 사무라이는 어느 날 한 선사를 찾아가서 천국과 지옥의 개념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선사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냉소적으로 이렇게 핀잔을 주었다. "당신 같은 시골뜨기와 상대할 시간이 없소."
자존심이 상한 사무라이는 불같이 화를 내며 칼을 뽑아들고 선사에게 말한다. "입을 함부로 놀린 대가로 목을 치겠다." 그러자 선사는 침착하게 이렇게 답한다. "이게 바로 지옥이오." 자신을 사로잡은 분노를 정확히 지적한 이 말에 깜짝 놀란 사무라이는 화를 가라앉히고 칼을 칼집에 넣은 후 큰 깨달음을 준 선사에게 머리 숙여 감사했다.
그러자 선사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이게 바로 천국이요." 천국과 지옥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어떤 상태에 있는가, 즉 우리들이 온유한가 아니면 화가 나 있는가에 따라 우리가 경험하는 것이다. 존 오토버그의 <관계 훈련>이라는 책에 나오는 짧은 우화다.
2월 1일 아침부터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모든 것은 마음 상태에 달렸다는 말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2023년이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이라니 세월 참 빠르네' 할 수도 있지만, '아직 11달이나 남았네, 다시 시작해 보자.'라고 마음을 다질 수도 있다. 말만 다른 것이 아니라 보는 관점에 따라 마음가짐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세월이 무상한 것은 맞다. 나도 오늘 이른 아침, 휴대폰의 날짜가 2월로 바뀐 것을 확인하고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일기에 이렇게 쓰기도 했다.
'2월 1일 아침, 세월이 자꾸자꾸 흘러간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들이다.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도도한 시간의 흐름 앞에 세월, 네가 승자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안타깝다. 그러나 한편 기대도 된다. 2월에는 그 기대를 더 키워가야겠다.'
상실과 기대가 공존하는 2월의 첫날. 지나간 것, 잃어버린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냐 아니면 다가오는 것, 앞으로 해야 할 것에 주목할 것이냐에 따라 2월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건 마음이고 내 마음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부단한 노력이다.
물론 이런 마음을 먹기가 쉬운 건 아니다. 출근하면 일 때문에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하루하루 허덕이며 살아내기 바쁘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쓸데없는 것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그렇게 살아온 것이 지난 1월이었고, 지금까지의 내 삶이었다. 그래서 더 세월이 허무하게 가버렸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며 마음을 다 잡아본다. 천국과 지옥, 그건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마음의 상태라는 선사의 말은 그래서 지금도 유효하다. 예수 그리스도 역시 신약성경 누가복음을 통해 같은 취지로 말했다.
어느 날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나라, 즉 천국이 어느 때에 임하는지 예수께 물었다. 그러자 예수는 이렇게 답했다.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천국을 찾겠다고 돌아다녀도 아무 소용이 없다. 천국은 눈에 보이게 임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평온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온유함을 잃지 않으면 천국은 이미 내 안에 임해 있는 것이다. 그 천국을 계속 붙잡을 수 있느냐 여부도 전적으로 나한테 달린 일, 2월 모두 힘차게 시작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