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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23. 2022

취향은 존중되어야 하니까

이예린 / 첫 눈빛

이예린의 새로운 앨범 <슬픈 꿈>에 수록된 신곡 <첫 눈빛, When We First Met> 차분한 멜로디,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건네는 위로, 오늘 같이 흐린 겨울에 잘 어울리는 곡이다. '그댈 보았던 여름엔 밤이 길었죠. 말갛게 내민 첫 눈빛 기억해. 그대 없는 날들이 참 재미없어요. 제발 날 구하러 와 줘요.' 그래서 나도 요즘 재미가 없는 건가 했다.


나이가 들은 탓인지, 정서적으로 맞는 것인지 요즘은 평소 자주 듣던 Pop 또는 Rock보다 우리나라 음악이 더 귀에 들어온다. 다는 아니고, 몇몇 가수의 곡을 주로 듣는 편이지만, 음악 취향도 다 시기가 있나 보다. 취향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황에 맞추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전에는 나이 든 어르신들이 조그만 휴대용 라디오에 트로트를 크게 틀어놓고 등산을 하는 것이 못내 마땅치 않았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한다. 각자 취향이니까. 그리고 취향은 존중되어야 하니까. 나도 언젠가 저 취향을 받아들일지도 모르니까. 다만 이어폰으로 들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르신, 음악 듣고 산행하시는 건 좋은데, 제가 아직은 어르신 취향이 아니거든요.'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차마 하지 못하고 서둘러 앞질러 가버리곤 한다.


하긴, 나도 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곡의 링크를 지인들에게 보내주거나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리기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짓이었다. 자칫 상대에게 내 취향을 강요? 하는 것이 될 수도 있었다. 여기 블로그에 음악을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블로그는 보고 싶은 사람만 보는 거니 좀 다르지 않을까. 내 음악 취향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으면 언제든 그만둘 생각이지만.

지난 주말, 오랜만에 찾은 스타벅스. 웬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 한참 자리를 찾아야만 했다. 나처럼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한 건지 아니면 정말 이곳에서 뭘 해야 해서 온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오랜만에 오니 나쁘지 않았다. 모처럼 마신 커피 향도 좋았고, 옛 생각도 나고. 나와 커피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취향은 그런 것이다. 이기주 작가의 말처럼 다 이해해진 못해도 존중받아야 하고 존중해야 한다.



"취향은 저마다 다르다. 더구나 그것은 단기간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녹아서 사람의 마음과 몸에 스미는 것이다. 몇몇 작가의 말마따나, 취향은 인간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타인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은, 그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대의 취향을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존중하는 자세야말로 사랑을 표현하는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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