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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26. 2022

삶의 결정적인 순간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평생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발버둥 쳤으나,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프랑스 사진작가>

살아 있는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표현한 말 중 이 말만큼 가슴에 와닿는 말도 없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평범한 일상이라고 흘려보낸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임을 그가 정확히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만을 살 수 있고, 지금을 통해서만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내 삶이 무슨 거대한 뭔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아마 삶 자체가 아니라, 삶에 투영된 나 자신이 거대한 존재인양 착각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오히려 내가 아닌 삶 자체가 거대한 의미를 지닌 건데, 그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순간순간이 모여 전체가 되듯,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축적된 모습이 바로 나의 지금 모습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 순간들을 별 거 아닌 것처럼 무시하고, 마치 미래에 엄청나게 중요한 게 있을 것 같이 착각했다.


지금 누려야 할 건 미래로 미뤄졌다. 그런 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최선을 다해 살지 않으면 다가오는 미래 역시 그 정도만 살게 된다는 사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지난 삶이 후회스럽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바로 '여기, 이 장소'이고,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내 곁에 있는 사람'이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류시화 시인 역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언제 마지막으로 경외감을 경험했는가? 꽃봉오리마다 작은 등불을 켜고 겨울을 나는 목련을 보고 걸음을 멈추거나 어떤 이야기에 눈물이 흐를 정도로 감동한 적은 있는가. 조건 없는 나눔으로 인간에 대한 친밀감을 회복한 적은 있는가. 온 마음을 다해 느낀다면 그 어떤 것도 진부하지 않다. 사실 매혹적으로 내 혼을 에워싸는 그런 순간들이 많다.


춤추며 떨어지는 꽃잎이나 눈송이들의 유희, 한 호흡 한 호흡이 벅찬 히말라야 트레킹, 나를 품고 있는 대지와 빛의 변화, 베인 자리나 상처 입은 부위를 감싸고 재생하는 피부...이 모든 것들 속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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