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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27. 2022

아름다운 순간도 잠깐

이해가 되지 않으면 가급적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진 점이다. 세월이 지나야 조금이라도 바뀌는 점이 있긴 있나 보다. 사실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제는 나의 한계라고 생각하고, 아니면 더 큰 뜻이 있을 거라 믿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거다.


믿음은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미리 믿는 것’이라 했다. 문제는 그때까지 견딜 수 있는지다. 우리는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힘들어한다. 내가 그랬으니. 때로 무뎌질 필요도 있다.


어제 밤늦게 산책을 하면서 보니 한동안 몸을 움츠러들게 했던 추위가 좀 풀렸다. 눈 위를 나뒹구는 마른 잎들, 잎들은 제 할 일을 다하고 조용히 땅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나무는 잎들을 떨군 채 분신과도 같았던 잎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고. 아름다운 것은 낮은 곳으로 향하다가 이내 사라지고 만다. 내 삶도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흐른다는 건 덧없이 사라진다는 것,

그러나 흐르는 것만이 살아 있다.

흘러가는 '동안'의 시간들. 그것이 생의 총량이다.

그 흐름을 따라서 마음 놓고 떠내려가는 일.

그것이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자유였던가. 

 

 

<김진영 _ 아침의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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