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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28. 2022

바람에 흔들리기 때문에 더 곧은

사전에서 '시련(試鍊)'을 찾아보니 '겪기 어려운 단련이나 고비'라는 의미만 담겨 있는 게 아니었다. '의지나 사람됨을 시험하여 봄'이라는 뜻도 함께 나온다. 현상적으로만 본다면 시련은 ‘어려움’ 또는 ‘고비’라는 말이 맞다. 그런데도 또 다른 뜻으로 '우리의 의지나 사람됨을 시험해 본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일까. 시련이 갖고 있는 중요한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영국의 사회비평가 존 러스킨은 말한다. "고통이 주는 가장 큰 결실은 무엇을 성취했는가가 아니다. 그 시련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사전의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련이 있으면 사는 게 힘들다. 빨리 피하고 싶고 웬만해선 그런 상황이 안 왔으면 한다. 그런데 어디 삶이 그런가. 예측 불가, 통제 불능이 삶의 본질이다. 


시련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정도와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오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피할 수 없다면 맞서야 하고, 더 나아가 그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야 한다. 그 의미는 결국 내가 찾는 것이다.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추위와 바람이 잠시 왔다가 사라지듯, 인생의 시련도 마찬가지. 돌이켜보니 내가 하는 일에 아무 '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때 그 시간은 참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우리는 돈만으로 살 수 없다. 우리는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고 추구해야 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던 사람보다 시련을 견뎌낸 사람들이 더 '인간적'인 것은 바로 그 이유이다.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오히려 더 곧게 자라듯, 시련은 우리를 더 강하고 겸손하게 만든다. 



"거센 바람을 맞아 줄기가 휘어진 대나무, 바람은 시련을 뜻합니다. 하지만 그 시련은 대나무가 대나무다울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대나무는 바람에 흔들리면서 바로 서는 법을 배우니까요. 대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곧을 수 있어요." 이주은 건국대 교수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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