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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31. 2022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한두 가지뿐


밤이 길었다. 

지난 시간이 주마등같이

스쳐갔다. 


낮에는 가는 해가 아쉬워

하늘을 한참 올려다봤다. 


붙잡을 수도, 

머물 수도, 

보고 싶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 

떠난 사람을 닮았다. 


한 해의 마지막은 오늘인데도,

마치 어제가 그렇게 느껴졌다. 


아름다운 것들은 스쳐간다. 

올가을을 수놓았던 단풍, 

간밤에 내린 하얀 눈,

하늘을 붉게 물들인 석양,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들, 

문득 그 시절을 떠올리며 

아름다웠다고, 좋았다고 깨달았을 때 

그들은 이미 떠나가고 없었다.


2023년, 

거대한 포부를 세우고 

희망을 기원하는 대신 

떠나고 잊혀져간 존재들을 

흔쾌히 놓아주는 법부터 배워야겠다. 


그리고 어젯밤 읽었던 

메리 올리버의 시 <한두 가지만> 



푸른 연못 너머로, 

울창한 섬유질의 나무들 위로, 

맹렬한 번개의 꽃들 사이로 여행할 때 


당신에게 필요한 건 한두 가지뿐

기쁨에 대한 깊은 기억과 

고통에 대한 날카로운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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