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어려움/단상
미 PGA 투어와 일해온 그레그 스타인버그 스포츠심리학 박사는 “골프 선수가 ‘자아의 계란’을 골프 한 바구니에만 담으면, 골프 빼곤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된다. 경기할 때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너무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너무 열심히 애쓰다 너덜너덜해진 이들이 요즘 많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실패를 용납 못하고 자신을 용서 못 해 소진돼버린 이들. 이번 주 여자 골프 세계 1위에 처음 오른 넬리 코르다가 찾은 답은 이거다.
“하루 동안 안 풀린 일은 거기 그대로 놔두고, 집에 가서 좋은 시간 보내고, 한결 나아진 마음가짐으로 다음 날 돌아오면 되죠!”
<최수현, 사랑할수록 거리를 두라>
골프선수라면 자신이 하는 골프를 잘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승부에 집착해서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거다.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고, 경기도 잘 안 풀린다. 이게 골프선수에게만 해당되는 말일까.
우리도 다를 바 없다.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성과에 너무 집착하면 안 된다. 금방 지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을 넬리 코르다의 조언에서 찾을 수 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그 일은 잠시 미루고 다른 일을 하는 게 좋다. 아니면 일찍 집에 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그동안 미뤄두었던 책을 읽어도 좋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도 좋고. 그렇게 기분 전환을 한 후 다음 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자기에게 집중하지 말고, 때로 자신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지만, 문제에 갇혀 있는 나를 넘어서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다시 최수현 기자의 칼럼을 인용한다.
"넬리 코르다가 US 여자 오픈에서 연속으로 탈락했을 때, 그녀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대인 기피, 불안 장애 등을 겪어온 베테랑 버바 왓슨(43)과 신예 매슈 울프(22)가 마음 상태를 털어놓은 인터뷰에 주목했다.
왓슨은 “골프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실수하면 나에게 화가 치솟지만, 사실 아무 의미 없다. 좋은 남편, 아버지, 친구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너무 열심히 노력하는 게 나의 문제다. 자유롭게 스윙하고 싶다”고 했다.
울프는 두 달간 쉬면서 정신 건강 회복에 집중하다 복귀했다. “팬들은 좋은 샷을 기억해주지만, 난 부담감과 기대에 짓눌려 부족한 점만 찾는다. 샷을 잘못하면 세상 끝날 것 같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매일 아침 침대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즐겁고 편안하게 경기하는 것만이 요즘 목표다.”
‘맞아, 골프는 그냥 골프야. 골프를 너무 사랑해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했다. 한 걸음 물러서니 새롭게 보였다.' 코르다는 완벽한 샷을 하는 데만 집중해왔고, 조금만 틀어져도 자신에 대한 분노에 휩싸였다. 동료들 경험담을 들으면서 골프가 곧 나 자신이 아니며, 골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걸 깨달은 것 같다. 경기 내내 되새겼다. ‘그건 골프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7월이 되었지만, 6월과 달라진 게 없다. 달력이 바뀐다고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는 건 아니다. 심신을 새롭게 하고, 과거의 잘못된 것을 끊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트레스 관리도 잘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는 특별한 취미가 없다. 틈나면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문학과 관련된 책을 읽는 편이다. 그것도 검증된 책으로만. 요즘 읽고 있는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문>이다. 이번 주말엔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을 다 읽을 생각이다. 그렇게 사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