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비가 오고 있다.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비는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1월, 한창 추워야 할 시기인데 비라니, 푸념부터 나왔다. 아침인데도 주변은 사뭇 어둡기만 하고, 기분이 처지는 건 시간문제.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는 수밖에 없다.
"현재(present)는 하늘이 준 선물이지만 유효 기간은 '그 순간'이다. 쓰지 않으면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은 '현재'를 사용한 양에 따른다." 어느 책에서 본 글이다.
한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책을 읽지 못했다. 이상하게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 퇴근해서 뭘 하며 보냈는지, 12시를 훌쩍 넘어 잠자리에 드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조용히 앉아 있을 여유도 없는 것 같다. 아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늦게 자니 건강이 나빠지는 건 당연하고, 무엇보다 책을 읽지 않으니 나만 보이고 나를 더 붙잡게 되는 것 같다. 정신적으로도 좋지 않다. 당연히 나를 한발 떨어져 객관적으로 보기도 어렵다. 그나마 책이라도 읽으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게 되고, 그 생각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는데, 그게 안 되는 거다.
요즘 나는 '나'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 을 종종 한다. 재미와 말단 지엽적인 흥미 위주의 시간을 보내면, 정작 시간의 홍수 속에서 내가 주체인 삶을 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미 그렇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렇게 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기도 하고. 나는 '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요즘 내가 생각하는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