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음악

고독 속에 있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 레마르크 <개선문>

by 서영수

인간은 나이가 들면

그만큼 자꾸만 고독해져 간다.

모두가 그렇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인생은

고독에 익숙해지기 위한

하나의 연속된 과정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혼자라는 것, 외롭다는 것,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경계가 모호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삶의 여백으로 삼는다면 그 시간은 헛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일부러 외롭게 살 필요는 없다. 어쩔 수 없이 외롭게 살아야 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이고,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라고 했다. 기꺼이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마지못해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이니 이 또한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외롭기도 하고, 고독하기도 한 게 인생이다. 철학자가 아닌 이상,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어찌할 수 없는 외로움이든, 자발적인 고독이든…중요한 건 홀로 된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무엇으로 채워갈 것인가’이다. 그건 나를 채워간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한편 혼자 살아야 한다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도 아니다. 그 시간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살필 수 있다면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바쁘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 속에선 여간해선 나를 돌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무엇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작가든, 화가든, 음악가든,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은 대부분 외롭게 살았다. 예술의 성격상 그런 생활을 할 수밖에 없지만,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든 아니면 성장하기 위해서든 혼자만이 겪어내야 할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키의 말처럼 결국 나중에는 혼자 남게 되고, 그 생활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아마 그걸 알게 되었을 때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테지만.


레마르크도 <개선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란 자기 속에서 자라나지 않는 것이라면 결코 오래도록 지니고 있을 수 없는 법이야. 게다가 폭풍우 속에서는 무엇이든 자라기 힘들어. 성장은 고독에 찬 공허한 밤에만 있을 수 있는 거지.... 그것도 절망하지 않을 때만 말이야."





혹자는 외로울 틈이 없게 바쁘게 살라고 한다. 글쎄?! 외로움을 느끼는 건 감정이 살아 있다는 말인데, 외롭지 않으려고 그렇게 사는 건 피곤한 일일 것 같다. 감정이 메마르거나, 외롭다고 느낄 틈도 없는 사람은 외로움도 잘 느끼지 못한다. 지금 외롭고 쓸쓸하다면 아직 감정이 살아 있는 거라고 좋게 받아들이면 어떨까. 모든 건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ひさいしじょう(히사이시 조), 그가 어느덧 나이가 들어서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피아노 독주곡을 종종 듣는 편이다. 단순하고 단조로움이 좋을 나이이기도 하지만, 이 역시 홀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 인생을 닮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곡 제목처럼 어느 여름날 밤이 그렇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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