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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l 11. 2021

고독 속에 있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 레마르크 <개선문>

인간은 나이가 들면 

그만큼 자꾸만 고독해져 간다. 

모두가 그렇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어떤 의미에서 우리의 인생은

고독에 익숙해지기 위한

하나의 연속된 과정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혼자라는 것, 외롭다는 것,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경계가 모호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삶의 여백으로 삼는다면 그 시간은 헛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일부러 외롭게 살 필요는 없다. 어쩔 수 없이 외롭게 살아야 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이고,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라고 했다. 기꺼이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마지못해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이니 이 또한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외롭기도 하고, 고독하기도 한 게 인생이다. 철학자가 아닌 이상,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다.





어찌할 수 없는 외로움이든, 자발적인 고독이든…중요한 건 홀로 된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무엇으로 채워갈 것인가’이다. 그건 나를 채워간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한편 혼자 살아야 한다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도 아니다. 그 시간을 통해서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살필 수 있다면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바쁘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 속에선 여간해선 나를 돌아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무엇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작가든, 화가든, 음악가든,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은 대부분 외롭게 살았다. 예술의 성격상 그런 생활을 할 수밖에 없지만,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든 아니면 성장하기 위해서든 혼자만이 겪어내야 할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키의 말처럼 결국 나중에는 혼자 남게 되고, 그 생활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아마 그걸 알게 되었을 때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테지만.


레마르크도 <개선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란 자기 속에서 자라나지 않는 것이라면 결코 오래도록 지니고 있을 수 없는 법이야. 게다가 폭풍우 속에서는 무엇이든 자라기 힘들어. 성장은 고독에 찬 공허한 밤에만 있을 수 있는 거지.... 그것도 절망하지 않을 때만 말이야."





혹자는 외로울 틈이 없게 바쁘게 살라고 한다. 글쎄?! 외로움을 느끼는 건 감정이 살아 있다는 말인데, 외롭지 않으려고 그렇게 사는 건 피곤한 일일 것 같다. 감정이 메마르거나, 외롭다고 느낄 틈도 없는 사람은 외로움도 잘 느끼지 못한다. 지금 외롭고 쓸쓸하다면 아직 감정이 살아 있는 거라고 좋게 받아들이면 어떨까. 모든 건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ひさいしじょう(히사이시 조), 그가 어느덧 나이가 들어서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피아노 독주곡을 종종 듣는 편이다. 단순하고 단조로움이 좋을 나이이기도 하지만, 이 역시 홀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 인생을 닮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곡 제목처럼 어느 여름날 밤이 그렇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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