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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03. 2022

청춘은 한두 조각 꽃잎을 떨구면서 사라져 버렸고

oasis / stand by me

내가 좋아하는, 어쩌면 가장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Oasis의 <Stand By Me> 초반부터 압도하는 기타 선율, 리암 갤러거의 폭발적인 보컬, 가끔 울적할 때 이 곡을 듣곤 하는데 듣고 나면 기분이 나아졌던 경험이 있다. 1997년에 발매되었으니 이 곡이 나온 지도 벌써 25년.


음악에 문외한이라서 그런지 나는 그 이후 이 정도의 곡을 들은 기억이 별로 없다. 지금 들어도 손색이 없지만 그건 내가 그만큼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Lauv나 ASTN 같은 부드러운 풍의 음악을 주로 듣고 자란 세대는 아마 내가 느꼈던 감동을 그대로 느끼지 못할지도. 당연한 건데도 뭔가 아쉬운 건 지울 수 없다.


밴드는 해체되었고, 그들은 전설로 남았지만 나도 그만큼 나이가 들고 말았다. 모든 것은 망각되어갈 뿐. 음악도 사람과의 관계처럼 인연이 있는 것이다.


추억이 어린 곳을 다시 가보면 새로운 형태의 건물들이 들어섰다고는 하나, 그 시절과 변함없는 모습이 더 많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고 놀랄 때가 있다. 풍경은 그 시절의 모습 그대로인데, 그곳에 한때 머물렀던 나는 그때 만났던 사람들을 잊었거나 이제는 더 이상 서로의 소식을 애써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쓸쓸해지는 것은 바로 그런 순간이다.


어떤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선명해진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처럼. 아마 이렇게 다시 들을 수 있기 때문일지도. 그러나 나를 스쳐간 사람들은 음악을 다시 듣는 것처럼 이제 만날 수 없다. 한 조각씩 꽃이 흩날리기 시작하면 봄빛이 사라졌음을 알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청춘 또한 그렇게 한두 조각 꽃잎을 떨구면서 가버렸음을 깨닫게 된다.


이미 져버린 꽃을 다시 피울 수 없듯이 우리 또한 꽃 피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 곡을 들으며 그 시절을 생각한다. 이 곡을 처음 듣기 훨씬 전에 내가 살았던 그 시절을.

한 조각 꽃잎 날리며 봄이 사라져가네

바람에 만 조각 꽃잎 흩어지니 시름 어이 견디리

스러져가는 꽃잎이 내 눈을 스쳐가면

몸 많이 상하는 게 싫다고 술 머금는 일 어찌 마다하리


一片花飛減卻春 風飄萬點正愁人

且看欲盡花經眼 莫厭傷多酒入脣



<두보 _ 곡강의 시 曲江二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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